• 2008년 칸 국제광고제는 '헤일로(Halo)'의 해였다. 헤일로의 인터넷용 광고 필름은 각 버전마다 그랑프리는 물론 금상까지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해 게임 문외한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그래도 헤일로 시리즈는 너무나 진지했다. 수많은 성인들이 - 헤일로 시리즈는 성인물로 분류돼 있다 - 서기 27세기 강력한 외계인들의 출현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느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나 결혼기념물 같은 소소한 일 따위를 무시하는 통에 가정불화가 속출했다.

    이제 성인 게이머들에게는 좀 덜 진지한 FPS(일인칭 슈팅 게임)가 필요했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악당을 속시원하게 (어쩌면 엽기적인 방식으로) 해치우는 데서 통렬한 기쁨을 느낄 게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런 게임이 바로 아직 국내에는 소개조차 되지 않은 게임 '벌릿스톰(Bulletstorm)'이다. 그 광고를 한 번 보자.

     

     

    죽여도 별로 미안하지 않을 것처럼 생긴 괴물들을 모욕적인 방법으로 속시원하게 해치우는 장면이 쇼팽의 장엄한 피아노 전주곡과 함께 펼쳐진다. 언뜻 미국의 B급 하드고어(hard Gore) 영화를 흉내낸 듯 하지만, 광고깨나 본 사람이라면 곧 2008년 칸 국제광고제 금상 수상작인 헤일로의 '디오라마(Diorama)'의 패러디임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지구를 지킨다"는 말처럼 엄숙한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지구를 지킨다"는 말처럼 우스운 말도 또 있을까? 오늘 소개하는 두 작품은 "지구를 지킨다"는 말이 가진 양면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작품을 번갈아가며 감상해보자. 그리고 오랜만에 즐겁게 (비)웃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