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지막 카드 주민투표 꺼내…과연 성공할까?民 똘똘 모여 전방위 압박, 與 나 살기 바빠
  • “여럿이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게 일도 아니라는 말이 꼭 맞다. 고립무원이 따로 없다. 섭섭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다. 당(한나라)이나 주변에서 도와주면 힘이 될 텐데….”

  • ▲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사실상 마지막 히든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연합뉴스
    ▲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사실상 마지막 히든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연합뉴스

    11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서울시 고위직이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하소연을 늘어놨다. 그는 전면 무상급식 실시와 관련, 서울시의회-서울시교육청 등과 벌이고 있는 공방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믿었던 당은 제 살길 찾기 바쁘고 청와대는 멀기만 하다. 여기에 함께 고통을 나누던 이웃 경기도는 이제 라이벌 구도를 짜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대한 갈무리된 말이긴 했지만, 무상급식때문에 최근 오 시장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관계자 말처럼 무상급식 논란에 ‘망국적 포퓰리즘’을 제창하며 전면에 나선 오세훈 시장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 “당 운명 걸었다” 하나로 뭉친 민주당

    지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정이 무상급식에 발목이 잡히고, 그 과정에 서울의 미래와 시민의 삶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어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에 대해 시민 여러분의 뜻을 묻고자 한다"며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하지만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오 시장 스스로 자신의 지지율을 믿기 때문에 꺼내든 ‘자신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사실상 더 이상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이 없어 꺼낸 마지막 히든카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시의원들과 서울시교육청이 전 방위로 공세를 퍼붓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 ▲ 민주당의 전방위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역 광장에 마련된 천막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 민주당의 전방위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역 광장에 마련된 천막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실제로 무상급식에서 시작한 ‘복지’ 정책에 민주당은 유례없는 단결을 과시하고 있다. 밑으로는 구 의원부터 위로는 당 지도부까지 한 목소리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21개 구는 모두 올해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키로 했다. 실시 범위나 예산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면 무상급식의 모양새는 갖췄다. 이들 자치구에서 새 학기부터 무상급식이 부분적으로나마 실시되면 오 시장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견 통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4개 자치구 중 3곳(중랑,서초,강남)은 무상급식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송파구의 경우 5억원을 예산안에 편성했다. 비록 구의회에서 전액 삭감됐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의견 충돌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당의 지원 사격의 '진정성'도 큰 차이를 보인다. 손학규 당대표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며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는 전국 투어를 돌면서도 각 지역에서 무상급식 예찬론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에서도 "오 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거칠 것이 없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장선거를 다시 하면 6·2 지방선거에서 이미 평가를 받은 무상급식을 다시 투표할지 검토하겠다”며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을 비꼬면서 가세했다.

  • ▲ 보온병, 자연산 발언 이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정신없는 모습이다. 안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 보온병, 자연산 발언 이후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정신없는 모습이다. 안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 “나 살기 급하다” 각개 전투 한나라당

    하지만 한나라당은 아직은 소심한 태도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렇다 할 공식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 6·2지방선거의 학습효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5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오 시장에게 “민주당의 불의에 맞서 오 시장이 정의롭고 꿋꿋하게 대처해 달라”며 “힘 잃지 말고, 서울시를 잘 이끌어 역시 오세훈이라는 말을 듣도록 해 달라”고 한없이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난 보온병과 자연산 파문 이후 안 대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발언 자체를 입에 담지 않았다.

    안형환 대변인도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안 대변인은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는 말로 어색함을 대신했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 시장에게 견제를 하는 반응도 있었다.

    친박 현기환 의원은 평화방송 ‘열린세상,오늘’에서의 인터뷰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손해. 무상급식 논란도 대화와 설득을 더 거치지 않고 시정협의중단, 주민투표 등을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같은 상황을 겪었던 김문수 경기 지사의 측근도 “오 시장이 외로운 상황에 빠졌지만, 그만큼 인지도(지지율)에서 많은 득을 보고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무상급식은 김문수 지사가 더 먼저 더 힘겹게 싸운 전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경계의 뜻도 보였다.

    주민투표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서울시민 중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는 게 쉽지 않고 주민투표가 오 시장 개인이 아닌 한나라당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고 했다.

     

    ◇ 서울시-의회 '무상급식' 관련 갈등 일지

    ▲2010. 9.9 = 서울시, 서울시의회, 교육청 등 `서울교육행정협의회' 출범

    ▲ " 10.5 = 시의회 민주당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 발의

    ▲ " 11.18 =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서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

    ▲ " 12.1 = 시의회 민주당 본회의서 '무상급식 조례안' 의결

    ▲ " 12.2 = 서울시, 시의회와 시정협의 전면중단 선언

    ▲ " 12.20 = 서울시, 시의회에 `무상급식 조례' 재의 요구

    ▲ " 12.25 = 서울시-시의회 협상 재개

    ▲ " 12.29 = 서울시-시의회 협상 결렬, 의회 오세훈 시장 고발

    ▲ " 12.30 = 시의회 `무상급식 조례' 재의결, 관련 예산안 의결

    ▲2011. 1.5 = 서울시 `무상급식 조례' 공포 거부

    ▲ " 1.6 = 시의회 허광태 의장 `무상급식 조례' 직권공포

    ▲ " 1.10 = 오 시장 시의회에 `무상급식 조례' 관련 주민투표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