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사회에서 북한정권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은 김대중, 노무현  권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이라는 ‘작품’에 감염되어 느슨하고 편안하게 북한을 대했던 국민들의 사고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을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든 지난해의 두 사건은 ‘비극’이라는 한마디 말로 압축할 수 있고, 동시에 한국 사회 전체가 북한에 대한 전략과 포괄적인 영역에서의 사고방식을 재고해야 될 필요성에 심각한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답은 둘도 셋도 아닌 딱 하나, 김정일 정권에 대한 착각은 어떤 경우에도 실패라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착각과 착오, 무지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만들었고 언제나 얻어맞고 당하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돼야 하는 불행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탈북자의 신분으로 답답한 것은 보수, 진보를 떠나서 대한민국 사회가 김정일 정권을 파악하는 면이 너무 무디고 자기들 나름대로의 어리석은 판단과 기준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다.

    대북정책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노출되는 부분이 바로 김정일 정권을 정상적인 정권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주면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철없는 미련을 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미련은 막연한 상상력에 불과할 뿐이지 쉽게 현실로 될 수 없는 사안이다. 햇볕론자들은 대화와 포용을 강조하지만 북한이 임하는 대화의 태도나 본질은 자기들의 것은 양보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먼저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명백하게 말하면 북한이 대화를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자기들의 핵 개발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조건적인 인정과 여기에 더해서 현재의 폭정체제를 인정하라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다.
    남한의 ‘감성’주의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김정일 정권이 과연 남한과 국제사회가 바라는 대로 핵개발을 중단하고 평화진영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독재로 유지되고 있는 폐쇄된 사회라는 특수성도 있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북한 사회에 대한 통치권한은 외형상으로는 김정일의 수중에 있지만 체제성격이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은 김정일에게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금방 붕괴될 것 같으면서도 끈질기게 유지되는 북한체제의 장기화는 이런 문제에 근원과 본바탕을 두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북한체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김정일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고 보면 된다.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당시만 해도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양쪽이 다 혈맹이라는 사이에서의 온도 차이였지 생존이라는 이해관계로 똘똘 뭉치고 있는 오늘과 같은 밀착의 관계가 아니었다.
    김일성 사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막힌 북한체제가 급격한 식량난으로 흔들리면서 중국은 북한이 기대야 될 유일한 국가가 되었고 중국 역시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한을 자기들의 변방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묶어 놓는 한편, 북한을 조종할 수 있는 권한까지 수중에 장악하였다. 현재 북한의 정치외교적인 권한은 중국에 의해서 관리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평도사건 이후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재개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그것은 북한이 개발하는 핵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의도일 뿐 절대로 핵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의 핵보유는 어찌 보면 김정일 정권보다 정리되지 않은 다민족국가라는 바늘방석을 깔고 앉아 있는 중국 쪽이 더 바라는 사안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북한 체제의 붕괴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중국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구소련과 같이 국가가 분열되는 양상을 만드는 최대 위협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을 빼앗기면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입지가 대폭 축소된다는 것도 그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수년 전 김정남을 내세우는 ‘포스트 김정일 정권’이라는 그림을 그려놓고 신변보호를 해주고 있는 이유도 현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대비한 차선책의 하나로 북한 정권을 영원히 관리감독해서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막자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고 분석해야 된다.

    그럴 가능성도 없겠지만 만약의 경우 김정일 정권이 마음을 돌려먹고 핵개발을 중단하고 체제개방을 하려고 한다면 중국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한 김정일은 북한의 통수권자로써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라는 어린 아이는 중국의 입김대로 움직이는 행동대원일 뿐, 통치자로써 북한에 대한 주권행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당사자가 절대로 아니다.

    대한민국의 종북세력이 김정일에게 이용당하고 놀아나는 장난감에 불과하듯이 김정일 정권 역시 중국의 그늘 밑에서 놀아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에 불과할 뿐이다.

    죽지 않을 만큼 먹여 살리면서 김정일이 자기들의 ‘품’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중국과 대대로 물려지는 권력의 단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인민들의 자유를 중국이라는 ‘은인’에게 상납하는 김정일 정권, 이들을 상대로 통일의 숙제를 풀어야 된다는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참으로 어려운 난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새롭게 모색해야 될 대북정책의 과제는 무엇일까. 또한 무늬만 통치자이고 실권자인 김정일에게 대한민국이 바라는 답이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