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사회란 있는 놈 없는 놈 다 함께 살고, 잘난 놈 못난 놈이 다 같이 사는 사회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미가 고약하고 하는 짓이 또한 고약한 인간들도 한 하늘 밑에서 매일 같이 서로 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입니다.

    한평생에 사기꾼을 만나서 손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람을 만나보기는 어렵습니다. 꽤 믿을만한 사람의 소개를 받고 덮어놓고 믿었던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판명되었을 때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가 판을 치는 나라가 대한민국만은 아닙니다. 이웃나라 일본에도 많고 먼 나라 미국에도 그런 악당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기 치는 놈보다 더 고약한 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에서 내놓으라고 호통 치는 자들 가운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집에서 콩밥 먹던 친구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자들은 정말 눈 뜨고 보기 어렵습니다. 양심이 손톱만큼이라도 살아 있다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양심이란 각자가 지켜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 양심이 마비되어 전혀 선악간의 판단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그런 자의 단속은 법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런 놈은 좀 더 붙잡아 둘 일이지 왜 풀어놓아 우리를 괴롭히는가”하면서 사직당국을 원망하는 때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양심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비록 수는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 함께 뭉치어 서로 염려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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