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잇단 구설수, 대책은 없나
  • 최근 국회 폭력 사태에 이어 ‘막말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회의원들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데 개념까지 없다’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특히, 끊이지 않는 정치권의 막말 논란을 보다 못한 여론과 국민들은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보겠다,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 정치인 막말 퍼레이드

    먼저 민주당 천정배 취고위원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이명박 독재심판 결의대회’에서 “헛소리 개그하는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려야하지 않나,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이처럼 막말을 서슴지 않은 천 최고위원은 한 시민에 의해 국가내란죄로 고발됐다. 30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시민 A씨는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 국가를 전복하고 국내혼란을 야기해 정권 불법 찬탈을 위한 전조”라는 이유로 고발했다. 국가내란죄에는 국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예비, 음모, 선동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아울러 천 최고위원은 지난 2006년 1월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해 온 보수적 학자들을 격하게 비난하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보수적 학자들을) X도 모르는 작자들 4명이 신문을 돌아가며 말도 안 되는 칼럼을 올려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면서 “옛날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을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

  • ▲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막말·실언 파문’이라 하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빠지지 않는다.

    안 대표는 지난 11월 연평도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불에 타 형체만 남은 원통 모양의 금속 물체 두개를 집어들며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발언을 했고, 이것이 YTN ‘돌발영상’ 코너를 통해 방송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이후 이 물체는 불에 탄 보온병으로 밝혀졌고. ‘보온병 포탄’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또한 안 대표는 최근 중증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뒤 동행한 여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요즘은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더라”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보온병 포탄’에 이어 두 번째 설화로 이로 인해 안 대표는 여론과 야당을 비롯해 국민들로부터 거센 뭇매를 맞았다.

    결국 안 대표는 당 대표의 체신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발언을 하면서, ‘실언의 제왕’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때문에 현재 70~80대 노인부터 초등학생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안 대표를 모르는 이가 없게 됐다.   

    막말 때문에 당에서 쫓겨난 이도 있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 대학생들과의 저녁자리에서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 한다”, “얼굴만 예쁘면 된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한나라당에서 제명 조치됐다.

    이후 그는 아나운서협회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으며, 4개월이 지난 11월 “당시 경위가 어땠건 저의 문제로 인해 마음에 상처 받은 분들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국회의원들의 구설수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사건과 관련, 당 지도부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을 예로 들었다.

    이 자리서 정 전 대표는 “지도층 자제는 전방에 복무시키자”며 “마오는 큰 아들을 전쟁(6.25)에 보냈고 그 아들은 전사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급한 이 내용은 누가 봐도 예시가 잘못됐다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민주당 박지원 대표는 “여성의원들이 점심시간에 남성을 불러 점심 값을 내게 만든다”고 성차별 발언을 하면서 말실수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룸살롱 자연산' 발언 파동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숙이고 있다.ⓒ연합뉴스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룸살롱 자연산' 발언 파동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머리숙이고 있다.ⓒ연합뉴스

    ◇ 막말하는 정치인 “전부 똑같아”

    이처럼 막말 파문이 확산되자 연일 여야는 서로 꼬투리를 잡고 감정을 섞어 헐뜯고 있다.
      
    하지만 정당별로 비난 대상이 바뀌고 있는 것일 뿐, 여야가 막말의 ‘공동 가해자’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쌍방 간 감정 섞인 언사들이 오가다 결국 저급한 막말까지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에 거주하는 박승호(31)씨는 “아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치인들이 도를 넘어선 막말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두고 보겠다”며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공인(公人)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그리고 애들도 아니고, 서로 싸우고 헐뜯기 바쁜데 새해에는 좀 정치가 다운 모습 좀 보여달라”며 “그리고 이를 위해 막말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던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막말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도 비난을 사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인이 폭언 등으로 국회 윤리를 어긴 것이 확인되면 국회 윤리위와 본회의 표결을 통해 국회의원 제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8대 국회에 들어 국회의원의 폭언·폭행과 관련해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징계가 의결된 경우는 단 1건도 없다.

    이와 관련, 한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이모(32) 기자는 “18대 들어 윤리위에 올라온 제소 건수는 50건을 넘었지만 지난 8월 전체회의를 개최한 이후 한 번도 소집되지 않고 있다”라며 “당시에도 징계안 17건을 상정한 뒤 곧바로 징계소위에 회부하고 30분만에 산회했다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윤리위 제소로는 막말을 일삼는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없다”며 “처벌 의지가 없고, 제 식구 감싸기에 연연하는 윤리위도 결국 한 통속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정치인의 지적에 따라 법적으로 강화된 조치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윤리위는 ‘정치적 쇼’의 도구일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윤리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실언이나 품의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동료 의원들이 징계를 내린다는데 대해 부담을 갖는 면도 있다”면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회의체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성숙한 정치문화가 절실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