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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炯旿, 光化門이라고 쓰면 정체성 훼손인가?
金炯旿라고 쓰는 게 金氏 家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듯이 光化門이라고 쓴 게 民族문화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다.
趙甲濟
金炯旿(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이름은 漢字로 되어 있다. 金炯旿의 뜻은 온통 밝음이다. 빛날 炯에 밝을 旿이다. 이름에 '빛나고 밝은 金'이란 뜻이 들어 있다. 부모가 이렇게 좋은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으니 출세한 것이 아닐까?
金 의원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광화문 현판 글씨, 다시 생각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것(광화문 현판)이 반드시 한자 현판으로 복원해야 할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지녔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세종로의 시작 지점에 위치한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이라며 "문패 격인 현판을 한글로 하느냐 한자로 하느냐는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金 의원은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이야기관이 자리해 있다"며 "세종대왕이 왜 그 자리에 들어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光化門’이 아닌 ‘광화문’ 현판이 걸려 있다면 세종께서도 좋아하시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金 의원은 또 "직전 광화문 현판이 박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휘호였다는 이유로 굳이 새 현판에 한자를 썼다면 그거야말로 역사의식이 모자란 탓"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복원된 光化門에 朴正熙가 쓴 '광화문'이란 한글 간판을 그대로 붙여놓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다. 쓴 사람의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正體性과 자존심을 위하여, 또는 세종대왕의 뜻에 맞추어 현판을 한글로 써야 한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다.
건물의 正體性을 분명히 하려면 '광화문'이 아니라 光化門이라고 써야 한다. 光化門은 慶福宮 남쪽 正門이다. 햇살이 잘 드는 남쪽으로 열린 문 이름에 온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뜻이 들어 있다. '광화문'이라고 써놓으면 뜻이 없는 소리나 암호로 전락한다.
金 의원은 혹시 漢字語는 國語가 아니고 외국어라고 잘못 생각하여 正體性 운운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韓國語는 70%의 漢字語와 30%의 固有語로 구성되므로 漢字語는 漢字로, 固有語는 한글로 쓰도록 되어 있다. 漢字語까지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편법이고 변칙인데, 金 의원은 변칙을 주장한 셈이다. 원칙은 어디까지나 光化門이다. 이 표기가 國語의 正體性, 光化門의 정체성, 민족문화의 正體性에 맞다.
'광화문'이라고 써놓았다면 世宗大王은 개탄하였을 것이다. 世宗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漢字발음을 정확하게 하고, '눈' '비' '좋다' '나쁘다'와 같은 固有語를 한글로 적도록 하기 위함이었지, 漢字語까지 한글로 表記하도록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金炯旿라고 쓰는 게 金氏 家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듯이 光化門이라고 쓴 게 民族문화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