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의 정체성, 선거 다가올 수록 '좌클릭' 지적MB는 '중도실용', 여당은 '개혁적 중도보수'靑, 좌클릭 지적에 "세계 경제 흐름에 맞추고 있는 것"
  •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 들어 국정운영 방향을 좌측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가 '개혁적 중도보수'란 슬로건을 내걸더니 뜬금없이 당 최고위원이 정부와 논의도 없이 '감세 철회' 주장을 해 혼선을 일으켰다. 이 문제로 당 지도부조차 우왕좌왕 하고 있는 상황.

    '감세'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경제기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은 곧 '경제성장'을 외치며 정권을 탈환한 이명박 정부의 그간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야당에겐 좋은 공격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다.

  •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가 제동을 걸어 '감세 철회' 주장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려는 분위기지만 여진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보수진영으로 부터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시발점이 될 수 있고, 자칫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 마저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집권 후반기 들어 이명박 정부가 보이는 스탠스 역시 이런 의심을 받을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부쩍 '나눔'과 '기부'등을 강조하고 있고, '친서민 중도실용'이란 국정운영 기조는 여전히 중심에 있다. '중도실용' 노선을 두고는 현 정부의 손사래에도 보수진영의 반감이 여전하다.

    여기에 '공정한 사회'란 아젠다가 덧붙었고, 이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주문은 취지와 달리 '대기업의 희생'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감세 철회'논란은 이를 부채질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을 때 마다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의 경우 기득권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일부 와전되기도 했다.   

    현장 방문을 즐기는 이 대통령의 잦은 재래시장 방문과 이때 마다 쏟아내는 각종 정책 및 그의 발언들은 국정운영의 좌표가 보수 진영의 시각에선 '중도실용' 보다는 좌클릭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황.

    집권 후반기 접어들며 여권 전체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정가에선 '차기 총선'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감세 철회'를 주장한 정두언 최고위원이 내세운 명분은 "다음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는 '부자 정권 종식'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 적용되는 소득.법인세의 최고 세율 인하 때문에 굳이 '부자 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간층을 확보하기 위해 중도우파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감세 철회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란 게 정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의 좌클릭'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가 좌클릭 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랐다. "'나눔'이나 '기부'는 원래 보수 진영의 용어고, 현 정부의 경제 정책도 좌로 치우쳤다고 할 수 없다"며 "좌클릭 했다고 하려면 증세와 (정치 세력간) 연대를 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반박이다.

    이 관계자는 '성장' 중심의 경제를 외치다 집권 뒤 성장 보다 분배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는 일부 보수 진영의 지적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개조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도 이 흐름에 맞춰가고 있는 것"이라며 "선거 공약을 당선 뒤 지킨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동안 1971년 대선 첫 도전 때부터 일관되게 유지한 '대중(大衆)경제론'의 한 페이지도 실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집권 초반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현 정부가 계획했던 국정방향이 크게 어그러진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현 여권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부터 '탈이념'을 외쳤고, 최근 여당이 발표한 정체성의 좌표가 이를 더 촉발시키고 있어 청와대의 고민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