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抄 

    로버트 박! 그대에게 

    장진성 (탈북 시인)

    1. 함박 눈

     

    그대가

    순교의 강기슭에 섰을 때

    하늘땅이 손 맞잡고 막아서며

    하얗게 내렸던 함박 눈

     

    그때 그 함박눈을

    어찌 차디찬 겨울눈이라고 하랴

    얼어붙은 북한 땅을 체온으로 녹이며

    그대가 뜨겁게 흘렸던 기도의 눈물

     

    하여 축복하리라

    굽어 살피리라

    그대의 머리위에 얹으셨던

    예수님의 부드러운 손길

     

    오! 그래서

    그대 품에 원 없이 젖고 싶어서

    희생하는 몸인 줄 알면서도

    그 사랑에 간절히 매달렸던

    북한 주민들의 한 맺힌 소원들

     

    2. 외투

     

    얼음 위에 발을 올려놓으면서도

    차마 따뜻하게 갈 수 없노라

    그대가 벗어놓고 간

    강기슭의 외투

     

    헐벗은 동포들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모진 겨울 함께 하리라

    기어이 덜어놓고 간

    그대의 더운 온기

     

    그대가 남기고 간 그 외투는

    고통 받는 이웃들을 잊지 말라고

    우리에게 간절히 부탁하며 남긴

    풍요의 양심

     

    3. 28살

     

    단일민족 반만년

    그 영광이 무엇이란 말이냐

    독재의 반쪽 땅을 허용하며

    오늘도 우리의 삼천리는

    분단의 반백년을 넘겼는데

     

    아니 우리 7천만이

    이리도 못 났단 말인가

    민족의 이름을 외치며

    십자가를 짊어진 그 순교자가

    아직도 한 생의 반도 못 산

    28살! 28살이 아니었더냐

     

    4. 두만강

     

    북쪽의 두만강은

    대대로 눈물이 흐른 강

    지금은 흘러 갈 자유마저도

    차디찬 독재에 얼어 묶인

    비극의 강

     

    허나 그대가 넘는 순간

    자유의 바다를 알게 된 강

    암초에 부딪치고 부서져도

    사랑으로 이어짐을 믿게 된

    아 성령의 강

     

    5. 자유

     

    그 어느 시인은 노래했더라

    사랑을 위해서는

    목숨도 버릴 수 있다만

    자유를 위해서는

    그 사랑도 바칠 수 있다고

     

    그대는 우리에게 새롭게 깨우쳤노라

    자유를 위해서는

    사랑도 바칠 수 있다만

    더 큰 사랑을 위해서는

    그 자유도 기꺼이 버릴 수 있음을

     

    6. 인권

     

    불쌍한 삶들을 알았을 때부터

    같이 춥고

    함께 굶으며

    살아도 살지 않았던 그대

     

    떠나며 남긴

    마지막 그 한 마디 속에조차

    자기를 구하지 말라며

    목숨마저 남기지 않았던 그대

     

    순교하는 최후의 기도까지

    죽은 자

    산 자들을 위하여

    모두가 돌려주며 일어선 그대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을 위해

    자기의 인권을 포기한 그대이기에

    우리는 숙연한 마음으로 돌아보노라

    참으로 나누어야 할 우리의 인권을!

     

    7. 너를 통해 본 예수님

     

    그런 분이시었구나

    예수님은 눈물이 참 많으신 분이시었구나

    로버트 박! 그래서 그대 또한

    북한 동포의 서러움 모아 쥐고

    기도하며 울고 또 울었었구나.

     

    예수님의 하루는

    인간을 위한 배고픔이셨구나.

    하기에 민족의 젊은이여

    그대도 300만 아사자를 가슴에 묻고

    금식 기도로 청춘을 보냈었구나.

     

    어쩌면 십자가도

    예수님의 속절없는 운명이었구나.

    그 핏줄을 이어받았기에

    총구를 피한 것이 아니라

    기어이 찾아간 그대 아닌가.

     

    아 북한 땅이 너무 모질어

    원망했던 예수님의 사랑인데

    아니었구나. 예수님의 아들인 그대가

    12월 25일이 없는 그 땅에

    12월 25일을 가져갔구나

    (장진성의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