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직 선생님께서 조갑제 대표님의 反論에 대해서 다시 反論을 제기하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매우 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우선 안병직 선생님의 견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1. 안병직 선생님께서 반공주의와 권위주의를 한 데 묶어 類義語(유의어)와 같이 구사하시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이슈가 된 것이 반공주의에 관한 것이라면 권위주의와 묶어서 논점을 희석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2. 反共을 뺀 자유민주주의의 뜻이 궁금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에서 反共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同義語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긍정하는 것은 곧바로 반공주의를 긍정하는 것과 같을 뿐 다른 의미는 알기 어렵습니다.
     
     자유민주주의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의 이념에 대해 확연한 대척점을 이루는 의미에서도 그렇습니다. 북한 헌법이 표방하는 민주집중제는 엄밀하게 말해서 민주주의도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란 확실히 反共산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며 反共을 뺀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자유민주주의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3. 경제학 학문 방법론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를 염두에 두고 反共이 마르크스주의 일반을 부정하는 의미를 지닌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학문 방법론 또는 봉건주의를 극복하는 상상력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의 效用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라면 그것은 학문 영역에서는 논의해 볼 가치가 있겠으나 이른바 보수가 反共을 버려야 할 이유와는 맞지 않은 듯합니다. 북한은 이미 고전적 의미에서 공산주의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修辭的으로만 긍정할 수 있을 뿐 북한은 아직도 공산주의적 사상, 경제, 각급 조직행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에 대해서 말할 때 여전히 反共은 有의미하게 견지해야 할 원칙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도 여전히 有의미하게 견지해야 할 원칙인 것과 같습니다. 중국 공산당 체제의 소산인, 人權의식, 기본권, 민족문제 등에 대해 공산주의가 남긴 遺制(유제)를 우리가 그대로 긍정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4. 반공주의가 권위주의와 혼동되지 않게 하려면 차라리 "보수는 권위주의를 버려야"라고 하신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보수가 권위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마땅히 지적해야 할 듯합니다. 저로서는 경제학자이신 安 선생님께서 경제에 있어서의 자유주의의 상대 개념으로서 권위주의라는 단어를 쓰신 것이 맞다면 현재 우리 나라가 권위주의적 자원 배분의 단계를 벗어난 경제학적인 용어로서는 신자유주의적 단계에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미에서도 아직도 권위주의를 표방하는 보수 세력이 우리 나라에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5. 북한의 공산주의 혹은 북한만의 특수한 공산주의에 반대하기 위해서도 '反共'이라는 단어는 적확하며, 굳이 버려야할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첫째 민족반역세력에 대한 반대, 둘째 전체주의세력에 대한 반대, 셋째 반(反)시장주의세력에 대한 반대, 넷째 반(反)민주세력에 대한 반대, 다섯째, 반(反)법치세력에 대한 반대, 여섯째 악(惡)에 대한 반대'.
     
     趙甲濟 대표가 제시한 위의 여섯 가지를 모두 반대하는 것은 곧 북한에서 악화된 공산주의의 결과를 반대하는 것이며 단 두 글자 '反共'이라는 단어는 매우 경제적일 뿐 아니라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反共을 포함하지 않은 자유민주주의! 그런 것이 있다면 그런 이념은 무엇일까? 서구의 좌파들이 누리는 엄청한 수준의 자유주의의 지평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여전히 안병직 선생님의 설명은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아이러니는 서구 좌파들의 자유주의가 향후 우리의 과제가 될 북한식 공산주의 청산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에 있습니다. 서구 좌파의 자유주의 플러스 민주주의, 그것으로 우리는 과연 어떻게 북한 공산주의 잔재를 청산할 수 있을까요? 단적으로 서구 좌파 자유주의자들뿐 아니라 미국의 좌파 자유주의자들은 북한의 김정일이 얼마나 악한가에 대해서 분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연한 논쟁만 불러 일으키면서 되려 김정일을 옹호하는 논리로 귀결되어 가더군요. 결국 브루스 커밍스도 그런 類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치범수용소에 가족을 다 보내주는 것에 감동하면서!! 그의 김정일 코드로 번역된 최근 저서를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분의 생산적인 논쟁을 빌며 방청석에서 던지는 좁은 소견의 질문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북진선봉/조갑제닷컴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