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기록을 보니,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한동안 사회적 안정이 자리를 잡고 공산당의 침투가 일단 봉쇄된 상태에서 조소앙의 사회당이 출범한 것이었습니다. 그 해 12월에 있었던 창당대회에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축사를 하였다고 전해집니다. “공산당과 싸우는 나라에서는 사회당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우익정당 일색인 마당에 사회당이 생긴다니 반갑고, 더구나 조소앙 선생이 이 당을 한다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62년이 흐른 오늘 조소앙의 교육 균등, 권리 균등, 경제 균등 즉 3균 주의를 표방하는 식견 있고 양심 있는 진보적 정당이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슬픈 일입니다. 조소앙은 ‘공산주의 불가’를 이미 선언했습니다. 무산계급의 독재도 독재이기 때문에 60여 년 전에 그는 이미 공산주의 반대를 표명하고 나서는, 서구적 진보세력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역사의식도 분명치 않아 우왕좌왕하는 오늘의 한국의 ‘사이비 진보 세력’에 비하면, 62년 전의 선배들이 훨씬 현명했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지도자와 그런 정당이 생기면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는 이 나라의 정계에 참신한 새 바람이 불어올 것이 확실합니다.

    조소앙의 그 꿈을 되살릴 수 있는 그런 정치적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합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