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의회 민주주의는 러시아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볼가 강변의 야로슬라블 시에서 개최된 세계경제정책 포럼에서 서구 의회제도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현재 러시아 정부 체제에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급격하게 바꿔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러시아에서 급격한 변화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에 강력한 권한을 주는 새 헌법에 따라 오는 10월 의회 선거를 하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를 거론하면서 "그들은 그 길로 갔으나 러시아에서는 의회민주주의가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정치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는 행정부가 내놓는 각종 법안을 그대로 승인하는 허수아비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어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민주주의와 "어려운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모든 정치적 개혁을 거부하는 중국과 같은 노선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쟁이든가 기억력이 매우 나쁜 사람"이라며 "항의 시위는 있을 수 있으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민주주의가 있다"고 강조하고 "그것은 아직 어리고,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민주주의는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는 출발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론과 집회의 자유는 정확하게 법의 범위 안에서 실현돼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러시아 반정부 인사들은 헌법 31조에 보장된 평화로운 시위를 강조하는 뜻에서 31일까지 있는 달의 31일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해왔는데 당국은 이들을 강제해산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상화되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