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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라는 미국 역시 최고 공직자를 검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장관이나 대법관으로 지명된 사람은 청문회 질의자로 나올 상원의원들을 미리 방문하여 여러 시간을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책임에 대해 견해를 피력하고 자질도 검증받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게 됩니다.”
어김없이 수요일엔 한 통의 이메일이 배달된다.
그리고 그 이메일엔 한국을 걱정하는 한 재미동포의 간절한 염려가 행간에 가득하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청문회에 대한 소감이 이번 주 이메일의 주제다.
지난주에는 한국 사회의 교육문제를 다뤘다.
‘좋은 교육은 좋은 나라를 만듭니다’라는 글에서 이 재미교포는 “우리 한민족은 매우 순진하고 착한 민족이었는데 너무 많이 변했다”라며 “잘못된 교육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뼈아픈 충고를 가하기도 했다.
그 전 주에는 물난리를 겪은 조국을 보며 ‘예측할 수 있는 사고는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글을 이메일에 담기도 했다.이 재미교포는 다름 아닌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이다.
1940년 부산에서 태어난 로버트 김은 1974년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미 해군정보국(ONI)에서 19년간 컴퓨터 전문가로 근무했다.
1996년 9월 조국에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스파이 혐의로 FBI에 체포됐고 다음해 7월 미국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간첩음모죄’로 징역 9년에 3년의 보호감찰을 선고받는다.
국내외의 석방 탄원으로 로버트 김은 지난 2004년 7월 27일 석방됐고 2005년 10월 5일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을 통보받아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로버트 김이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 백동일 대령에게 전달한 정보들은 한국군과 한국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북한 주민과 북한군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보내준 식량이 북한군에 유입되었는지 여부,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 배치 실태, 북한이 해외로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무기현황, 북한 해군의 동향, 북한 주민의 탈북실태 등 우리 군이나 정부가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로버트 김은 이 정보들은 조국을 돕겠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백 대령에게 건넸다. 그는 정보제공으로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
백 대령은 고마움의 표시로 몇 차례 로버트 김에게 식사 초대를 했지만, 그 때마다 선약이 있다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기억했다.
조국을 사랑한 대가로 전과자가 된 로버트 김은 미국에서의 생활기반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그는 석방이 되자 65세, 제2의 삶의 가치를 또 다른 조국사랑에 두었다.
매주 수요일 배달되는 ‘로버트 김의 편지’가 그것이다.
그는 “조국의 동포들에게 더 밝은 세상, 더 나은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깨달음을 동포들과 나누면서 조국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했다.그의 편지에는 애틋한 나라사랑이 가득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로버트 김 개인의 인생에 커다란 아픔을 준 조국을 그는 짝사랑처럼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그의 편지를 읽으면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
- ▲ 로버트 김의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