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끝없는 도전 ⑱  

     「이봐, 에드. 이건 뭐야?」
    하고 루즈벨트가 손에 쥔 편지를 흔들어 보였으므로 비서실장 에디 피셔가 다가와 섰다.
    「그건 태프트씨가 써준 추천장 아닙니까?」
    「그건 아는데, 이걸 가지고 온 미스터 윤이라는 놈들이 누구냐구?」

    루즈벨트가 눈에 붙였던 안경을 떨어뜨렸다. 줄에 매단 안경이 가슴에서 흔들거린다.

    에디가 입을 열었다.
    「예. 하와이로 이민 온 코리아 노동자 대표인 것 같습니다. 각하.」
    「사탕수수 노동자 말인가?」
    「하와이에만 5천명이 넘습니다. 각하.」

    그러자 루즈벨트의 눈이 둥그레졌다.
    「코리안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갓뎀. 미국이 노랭이로 덮이겠군.」

    편지를 내던진 루즈벨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에디를 보았다.
    「이놈들이 날 만나려는 이유는 뭐야? 사탕수수 베는게 실증이 난건가?」

    입맛을 다신 에디가 정색을 했으므로 루즈벨트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럼 뭐야?」
    「미국이 개입해서 일본의 내정 간섭을 배재해달라는 요청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갓뎀.」

    다시 투덜거린 루즈벨트가 앞에 선 에디를 보았다.
    「그럼 그 댓가로 우리한테 뭘 내놓겠다는거야?」
    「각하, 그들은 이민 온 사탕수수 노동자들입니다.」
    「그럼 미국 시민이군 그래. 그런데 왜 떠난 나라에 대해서 지랄을 해?」
    「각하, 미국 시민이니까 만나 보시지요. 태프트도 그래서 추천장을 써 준 것 같습니다.」
    「두놈 다 사탕수수 노동자야?」
    「그런 것 같습니다.」
    「갓뎀.」
    했지만 루즈벨트의 얼굴은 조금 풀렸다.

    의자에 등을 붙인 루즈벨트가 말을 잇는다.
    「가쓰라가 코리아만 넘겨주면 필리핀은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는군. 일본놈들 대단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었습니다.」

    정색한 에디가 말을 잇는다.
    「러시아를 깨뜨릴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으니까요.」
    「영국도 일본이 발틱 함대를 깨뜨리니까 처음에는 좋아하더니 긴장하는 것 같더군. 아시아 식민지가 걸리는 모양야.」

    시가를 입에 문 루즈벨트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잇는다.
    「알렌 그놈이 코리아 공사로 있을 때 내가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왕한테 쓸데없는 기대를 품게 하지 말라고 말야. 그런데 알렌은 내 말을 잊고 왕과 코리안들과 친해지는 바람에 일본놈들의 오해를 받게 되었어.」
    「알렌은 선교사 출신이라 외교관 소양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코리안들, 일본 세력에 아직도 대항하고 있나? 의병따위 말야.」
    「거의 없습니다.」
    「그럼 끝난거야.」

    그때서야 시가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 루즈벨트가 길게 연기를 뱉어내며 말을 잇는다.
    「제 나라는 제 국민 스스로가 뭉쳐 싸워서 주권을 찾아야지 왜 다른 나라한테 손을 벌리는거야? 힘없는 국민은 노예가 된다는 역사적 진실을 모른단 말인가?」

    그러더니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맺는다.
    「그렇지. 8월 초에 내가 세거모어 힐(Sagamore hill)에서 쉴 때 그놈들을 잠깐 만나기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