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서 벌어진 버스인질극의 승객이 한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한국인 납치’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해외여행안전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 우리 국민들이 휴가 중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지역,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필리핀

    외교통상부가 제공하는 해외안전여행 정보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치안 문제로 여행제한 또는 유의가 필요한 나라는 필리핀과 태국 두 곳이다.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필리핀은 지난 10여 년 사이 남부 지역 군도(群島)를 중심으로 이슬람 반군(이슬람 해방전선, MILF)과 공산 반군이 활개치고 있다. 특히 서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는 이슬람 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반군과 정부 간 평화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교전 또한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정부와 이슬람 반군 간의 교전 수준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2007년 7월 <마닐라 포스트>는 피랍된 이탈리아人 신부를 구출하기 위해 민다나오 섬에 투입된 해병 특수부대 요원들이 이슬람 반군의 습격을 받아 14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전사한 14명 중 10명은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 이외에도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아부 사야프, 제마 이슬라미야 등 테러 단체 또한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 5월 중순 민다나오 섬의 잠보앙가 시를 여행 중이던 우리 국민들이 수 명의 아부 사야프 단원에게 납치당할 뻔 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 이를 제지, 무사할 수 있었던 일도 있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민다나오섬, 술루, 바실란, 팔라완주 프린세스프린세사 남쪽 지역에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게 낫다.

    필리핀에서는 테러나 반군만 위험한 게 아니다. 불법총기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데다 아무나 총기를 휴대할 수 있어 거리를 다닐 때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현지인과의 시비는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여기다 호기심에 카지노를 출입했다가는 각종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외교통상부는 전했다.

    태국

    평화로워 보이는 불교의 나라 태국 또한 모든 곳이 안전하지는 않다.

    원래는 비교적 안정된 치안 상태를 자랑하는 태국이었으나 최근 반정부 시위 이후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치안 부재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히고 있다. 또한 방콕, 파타야, 푸켓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귀중품이나 DSRL 카메라와 같은 고가품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성매매를 위해 태국을 찾는 남성들도 주의해야 한다. 낯선 여성이 접근해 ‘끝내주는 유흥업소가 있다’며 이끌다 음료나 술에 약을 타 정신을 잃게 한 뒤 소지품과 금품을 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단다. 또한 방콕 시내 유흥가인 팟퐁과 나나 지역. 이 지역에서는 마약들이 불법 유통되고 있으므로 특히 유흥업소 출입에 주의해야 한다.

    가장 조심해야 할 지역은 태국 또한 남부 지역이다. 남부 나라티왓, 얄라, 파타니, 송클라 지역의 경우 이슬람 분리주의 무장 세력들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폭탄테러를 일삼고 있으므로 여행을 해선 안 된다고 외교통상부는 당부한다.

    해외여행객들, 현지 정보 사전 수집해야

    해프닝으로 끝난 '필리핀 버스 납치' 사건은 우리 국민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하는 현실에서 현지 치안정보를 사전파악하려는 국민들의 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중동 지역의 경우 이런 지역이 TV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났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일이 생긴다. 실제 200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아프간 납치 사건이 그랬고, 2008년 3월 필리핀에 현장조사를 명목으로 혼자 떠났던 사업가가 납치된 사건, 2009년 예멘에서의 폭탄테러와 잇따른 한국인 여성 납치 사건 등도 현지 사전정보 없이 ‘편하게 생각하고 떠난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에 영사콜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운영하고, 국가정보원을 통해 현지 테러집단과 치안질서 상황을 수시로 경보하며 YTN을 통해 해외안전여행정보를 전파하고 있으나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필리핀 버스 납치 해프닝’을 기회로 해외여행안전정보 전파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