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7.28재보선 후폭풍에 빠졌다. 재보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낸 민주당은 당권을 둘러싸고 주류, 비주류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비주류 의원들은 주요격전지에서 '잘못된 공천'을 이유로 들어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책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탓에 8월말~9월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정세균체제 연임여부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나서 정 대표와 당 주도권 전면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 ▲ 민주당 쇄신연대 의원들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7.28 재보선 결과에 관해 비주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쇄신연대 의원들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7.28 재보선 결과에 관해 비주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비주류 쇄신연대 이종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안이하고 오만한 공천을 했고,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공천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최대 격전지인 은평을 패배에 대해선  "나름대로 공천에 신경도 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적절치 않은 공천"이라며 "패배에는 현 지도부의 무능력함과 선거 전략의 부재가 뒤따랐다"며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 의원은 거듭 당 지도부 책임론을 강조한 뒤 "헌정사에 2년 임기의 야당대표가 2년을 하고 또 재선을 해 2년을 독주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 대표 전대 불출마를 촉구했다.

    더 나아가 쇄신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28재보선 패배책임으로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며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쇄신연대 사무총장인 문학진 의원은 "지난 6일 임기가 종료된 현 지도부가 앞으로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심판까지 보려는데 이는 옳지 않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영진 의원도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당 최고위 일각에서 (선거 패배)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정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않았다.

    선거 참패에 소속 의원들은 잇달아 트위터를 통해 공천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심을 알면서도 안이하게 공천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은 "과감한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둔감했기 때문"이라고 패인 요인을 분석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책임정당 구현과 이번 전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이미 임기가 종료된 현 지도부의 사퇴와 임시지도부 구성을 위한 질서 있는 당내 논의를 제안한다"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선거 패배 후 만난 한 야권 관계자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 관계자는 "거대 여당과 투쟁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한나라당 친이,친박처럼 흘러갈까 걱정"이라며 "당권경쟁 탓에 앞으로 험난한 일정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간 틈을 봐왔던 비주류 측의 공격거리가 7.28재보선 결과로 분출된 상태에서 민주당 주류 대 비주류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단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