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성 담긴 정부의 모습에 일명 '아고리언(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를 자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다음의 아고라는 지난 2008년 촛불사태 당시 광우병 괴담의 주요 진원지로 꼽혔으며, 특히 반정부적 성향이 강한 네티즌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일은 큰 변화로 읽힌다.

    아고리언과의 소통에 성공한 곳은 가장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국방부. 아고라를 통한 한 네티즌의 고발을 접한 국방부가 즉각적인 진상규명과 사과, 그리고 사후처리까지 다짐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어 냈다.

    최근 다음 아고라의 '즐보드' 게시판에는 지난해 육군 부사관 선발을 위한 신체검사 당시 국군대구병원에서 정밀신검대상자의 신상정보가 기록된 이면지를 사용, 신검대상자에게 안내쪽지를 전달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한 네티즌의 지적이 올라왔다.

    이에 국방부는 즉각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4일 아고라 게시판에 "육군부사관 신체검사 중 개인정보유출 관련 국방부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건경위를 전하고 사과의 뜻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글을 올렸다. 국방부는 "조사결과 대구병원 신검과 업무담당관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대구병원에 대해서는 업무실태점검 후 관계자에 대해서는 징계처리를 할 예정이며, 전부대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개인정보보호교육 등 지도감독을 강화해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네티즌 찬사 이어져…"아고라에서 정부게시물에 호응은 처음"

    국방부의 솔직하고도 발빠른 대처에 네티즌들은 찬사를 보냈다. "신선하다" "오랫만에 세금 낸 게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 보기 좋다"는 소감을 밝히며 다수 네티즌들이 지지를 표했다.
    닉네임이 '그리하여'인 네티즌은 "성실한 사후대처에 네티즌들이 감동을 받은 것 같다"면서 "정부관계부처에서 올린 게시물 중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이와같이 성실하게 국민을 위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어느 네티즌인들 칭찬에 인색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올린 글은 6일 오전 11시 현재 조회수만 2만건이 넘기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의 입장표명에 찬성의견(598건)이 반대(30건)보다 약 20배 많게 나타난 것은 아고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란 평가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정부도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역시 솔직한 것이 정답"이라며 "네티즌들의 호응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원 대변인은 "국방부는 24시간 네티즌들의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수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속하고 진정성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