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주장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하려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며, '경쟁'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중·소 유통점간 갈등이 확산되자 정부와 국회가 SSM이 서민경제를 도외시하고 이윤만 추구한다고 비판하며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WTO 협정을 위반할 소지는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기업원(www.cfe.org 원장 김정호)은 22일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의 문제점과 대SSM'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SSM 사업 활동을 강제로 조정해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현행 법률안과 현행 사업조정 제도는 WTO 서비스 협정 제6조, 16조, 17조에 대한 위반소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유통점을 보호하려는 허가제는 정부가 수요-공급을 조정 하는 것으로 WTO서비스 협정 제6조가 금지하는 경제적 수요 심사(economic needs test)에 해당한다. 또 영업시간이나 입점업체 수 등의 영업방법 제한은 제16조(시장접근)영업활동의 총 수(total number)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유통점과의 경쟁조건을 차별하는 것도 제17조(내국민대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내 진출 외국 유통업은 대부분 SSM이나 대형점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결국 실질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해외에서도 이같은 규제가 존재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경제적 목적이 아니라 환경보호과 지역발전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은 토지 이용과 개발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혼잡, 소음 등 생활환경 보호를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8년 소규모 유통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점법(大店法)을 폐지했고 영국도 도심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소매 입지 및 구조 관련 정책을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또 "외국의 다양한 실증연구에 의하면 인위적으로 소매업을 보호하는 정책은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 물가상승, 소비자 후생감소 등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중소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주장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하려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며, '경쟁'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중소영세 유통점보호는 SSM 규제나 전통 상업보존이라는 소극적 접근을 통해 달성될 수 없고 중소영세 유통점 경쟁력 강화와 이를 뒷받침해줄 지역상권 활성화제도 도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