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사용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실현하기 어려운 꿈이며, 외국인들에게는 값비싼 사치다."

    이는 온가보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홍콩의 한 기자가 5일간의 평양 생활을 마치고 홍콩에 돌아와 한 말이다.

    지난 4일부터 6일 사이에 이뤄진 온 총리의 평양방문을 취재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크리스틴 기자는 10일자에 '평양에서 서구 스타일의 음식점 찾기' '인터넷 접속에 23만3472홍콩달러나? 은둔의 왕국에서의 생활'이라는 두 편의 기사를 실었다.
    먼저 크리스틴 기자는 홍콩의 한 텔레비전 방송사 기자가 온 총리와 김정일이 악수하는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송고하기 위해선 무려 23만3472홍콩달러(35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를 북한의 외무성 관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온 총리의 북한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7명의 중국 및 홍콩기자와 3명의 영상 및 사진 취재진이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비용을 북한 외무성측이 부담했지만, 이는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크리스틴 기자에 따르면 2400만명의 북한 주민 대다수에게는 북한밖의 세상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 접속은 여전히 금지사항이다. 외국인들도 특별히 지정된 호텔에서만 매우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물론 평양시내의 도서관이나 회사, 일반 가정에도 컴퓨터가 많이 비치돼 있으나 내부 인터넷망에만 연결될 뿐 외부세계의 인터넷망에는 접속할 수 없다. 극소수의 공산당 간부나 군 관계자만이 외부와 접속되는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다.

    중국과 홍콩의 취재진을 안내한 북한 관리는 "북한 인민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으나 인터넷 접속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고 크리스틴 기자는 전했다. 유선이나 휴대전화망도 국제선과 국내 전용선으로 나눠져 있으며, 호환성이 없다고 크리스,틴 기자는 보도했다. 외국인 방문객들도 북한에 도착하면 공항세관에 휴대전화를 맡겼다 귀국할 때 찾아가야 한다.

    온 총리의 북한 방문 문제에 관여한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온 총리의 방문과 관련한 사소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매일 두 차례 카운터파트의 사무실을 방문해야 했다"면서 "이런 것들은 (중국에서라면) 전화상으로도 손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의 취재진은 평양 도착부터 출국 때까지 닷새간 철저하게 북한 외무성 관리들의 통제를 받았다고 크리스틴 기자는 전했다. 취재진은 항상 전용 버스로 이동했으며, 이 버스에는 북한 외무성 직원 5명이 동승했다고 한다. 취재진은 북한측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호텔밖을 나가거나 사진을 찍지 말도록 지시를 받았다.

    평양 도착 첫날 한 기자가 호텔밖으로 몰래 빠져나와 한 시간 가량 평양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진 몇장을 찍었으나 북한 관리들에게 적발돼 호텔 도착 직후 곧바로 찍은 사진을 삭제해야만 했다. 북한 당국은 취재진에게 평양의 아름다운 거리나 건물을 많이 찍도록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크리스틴 기자는 북한 주민들이 가슴에 김일성 얼굴 사진이 담긴 배지를 달고 거리 곳곳에도 김일성의 동상이나 사진이 많이 걸려있는 데 놀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중국과 홍콩의 기자들을 명품 판매 상점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한 북한 관리는 "구찌 가방이나 샤넬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기자는 평양을 떠나기 전날 밤 몇몇 기자들과 함께 김일성 대학 부근의 한 건물에서 햄버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구 스타일의 음식점을 찾아내 음식맛을 봤다고 소개했다. 종업원들이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었지만 음식점의 장식이나 의자 등은 다른 나라의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크리스틴 기자는 전했다. 패스트푸드점을 나온 일행은 노래방 시설이 있는 음식점을 방문, 서양의 노래들도 불렀다고 크리스틴 기자는 덧붙였다.(홍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