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한 얘기로 MBC가 당당하지 못했다"

    김우룡 MBC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MBC PD수첩이 광우병 왜곡보도로 방송통신심의위에서 대국민 사과명령을 받은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당시 방통위 제재에 엄기영 MBC사장이 사과문을 내보내면서도 '대승적 수용'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사과 수위를 낮춘 데 대한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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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룡 MBC방문진 이사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총체적 위기를 지적한 뒤 "새로운 MBC의 르네상스를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뉴데일리

    김 이사장은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은 방송사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PD수첩 쇠고기 방송이 명예훼손 소송이 걸려있고 손해배상소송이 시작됐는데 나는 결코 이것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면서 "잘못하면 쇠고기 업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천억원대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인데 방송이 이런 것들을 유발시키면 신뢰 추락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한 언론 여론조사를 인용해 "가장 불신하는 매체 중 MBC가 4위를 기록했다"며 "(불신률이)KBS는 6.4%인데 MBC는 12%로 불신 정도가 2배 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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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룡 MBC방문진 이사장 ⓒ 뉴데일리

    또, 김 이사장은 "MBC 100%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MBC 100% 민영화는 내부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추진하더라도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는 "MBC는 37년 전 자본금 평가를 받은 뒤 아직 재평가를 받지도 않은 채 유지돼 왔다"면서 "MBC니까 이런 기형적 형태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문진을 중심으로 하는 공영적 민영체제가 MBC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산 재평가 작업도 하고, 필요하다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서라도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자꾸만 주위에서 나한테 민영화론자라고 하는데 나는 100% MBC를 민영화하자든지 재벌에 넘기자고 한 적이 없다"면서 "나는 좌도 우도 아닌 법과 원칙 존중하는 온건 합리주의자다. 많은 사람이 나를 강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강성으로 보이느냐. 일부에서는 (신임 방문진을)점령군이라고 표현하던데 손바닥 만한 방문진 사무실에 점령할 게 뭐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사전 내정설에 대해서는 "서너달 전부터 단독후보로 노출돼서 상처를 엄청나게 입었다"면서 "언질을 받은 적 없다. 이사에 선임 됐다고 임명 전날 통보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MBC는 국민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성장했다. 그래서 MBC는 나라와 사회, 국민에게 봉사할 책무가 다른 방송보다 크다"며 "MBC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MBC의 르네상스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한 신임 방문진 이사들은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MBC경영진으로부터 MBC 현안보고를 받고 공과를 짚어볼 계획이다.

    ◇다음은 김 이사장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 전문

    MBC가 국민적 관심사가 돼서 항간의 일부 오해도 있는 듯하다. 내가 충분히 파악을 못해서 (답변이)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으나 아는 범위 내에서 말씀 드리겠다.

    축하 전화를 많이 받는데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야할 지 위로해야 할 지 모른다는 말을 한다. 함축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하에 앞서 MBC에 많은 문제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맡은 바 소신 있고 책임 있게 열정을 다해서 MBC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새로운 MBC의 르네상스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말씀 드린다.

    MBC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이 온도차가 크다. 근자에 들어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컨설팅 전문가인 어떤 분이 'MBC는 영주들의 집합체'라고 얘기하더라. 각 부문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전문 집단마다 그쪽 의견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각 부문이 조화롭게 조정돼야 하는데 기술은 기술대로, 경영은 경영대로, 보도는 보도대로 이렇게 잘 조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MBC의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0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도 그랬다.

    또, MBC는 경영의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데 상당히 문제가 있다. MBC 경영평가에 참여한 한 경영학 교수의 코멘트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분은 '오늘의 MBC현상은 타이타닉 호'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는 할 수 없으나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 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MBC의 어디가 고장 났느냐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집에 비유하면 전기가 잘 안 들어오는지, 창틀로 바람이 들어오는 건지 등등 내부,외부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공부해서 어떻게 하면 이를 보완할 수 있지 논의하겠다.

    이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서 계승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이냐, 아니냐 논쟁의 씨앗이 될 수 있으나 MBC의 위기가 안팎에서 크게 세 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경영의 위기다. 미디어 시장의 파이는 일정한데 새로운 매체 늘어난다거나 해서 생기는 경영의 위기다. 둘째는 콘텐츠의 위기다. MBC는 전통적으로 드라마 왕국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1등 방송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것을 SBS KBS가 앞질렀다. 콘텐츠의 본사가 되도록 하는 게 MBC가 지향할 일이다. 셋째는 신뢰의 위기다. 근래에 모 언론 보도대로라면 가장 불신하는 매체 중 MBC가 4위다. (불신률이)KBS는 6.4%인데 MBC는 12%로 불신 정도가 2배 정도가 높다.

    MBC 구성원도 MBC의 내력을 잘 모른다. 오늘 MBC 본관 앞에 'MBC 주인은 국민'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던데 그 말에 100% 동의한다. MBC에 자기자본 출자한 사람이 있으면 손 들어봐라. MBC는 부산 MBC에서 출발했고 엄격한 의미에서 이곳이 효시다.

    창업자 김상용이라는 분이 장의사 댄스홀 요정 등 3가지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 오늘날의 MBC 초석을 세웠다. 70년대 MBC 복도에는 '음수사원'(飮水思源) 이라는 말을 붙였었다. 물 마시는 자는 그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때는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 듯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치하에 있어서 MBC가 박 전 대통령 사유적 성격이 좀 많았을텐데 MBC를 발전시킨 정권에 충성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듯하다.

    이것을 오늘날 다시 해석하면 MBC 구성원들이 이렇게 위대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표현의 기관, 정무기관 등으로 MBC의 씨앗이 싹튼 것이다. MBC의 내력을 살펴보면 자기자본 출자한 사람은 김상용 안성수 김지태 세 사람이다. 그 외에는 돈 낸 사람이 없다. 결국 MBC는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방송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MBC의 주인은 국민이다. MBC에 과실이 있으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서 MBC는 나라와 사회, 국민에게 봉사할 책무가 다른 방송보다 크다고 해석하고 싶다.

    MBC 정문에 붙은 (현수막) 'MBC의 주인은 국민이다'는 말을 공감한다. 엄기영 사장은 정도를 가겠다고 했다. 옳은 말씀이다.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MBC가 지금껏 정도를 가지 못한 것을 자임한 셈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로 경영정상화가 되겠느냐? 받던 급여를 못 받으면 결국 근로자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 아니냐. 방송사는 창의력이 생명인데 이런 상태에서 구성원들의 창의력이 생기겠느냐. MBC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임금을 깎는 미봉책으로 MBC를 거듭나게 하겠다는 점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오늘 아침 운세를 보니, 변화를 두려워 말라고 한다. 나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MBC구성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점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