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법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극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박 전 대표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미디어법에 대해 발언을 했고, 그것도 "가능한 한 여야가 합의하는 게 좋다는 게 저의 생각"이라며 당 방침과는 배치되는 듯한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 ▲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이와 관련, 한 친박 의원은 19일 "국회의장 직권상정 움직임으로 정국의 파국이 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자신의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며 현 대치 정국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해법이 반영돼 있음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는 우선 '국회는 마지막까지 협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간접적으로는 '본회의장 대치농성'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몰고온 여야의 자세와 협상력 부족을 질타하려한 게 아니었겠냐는 풀이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실제로 미디어법의 막판 타결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16일 몽골방문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협상이 마지막 단계이므로 이제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라는 말로 수정안을 제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국회가 대치정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미디어법 발언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합의해서 하는게 좋지 않느냐. 국민이 보기도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국회가 지나치게 파행하고, 여야가 타협점이 있는데도 자당의 이익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래서는 안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미디어법이 통과시키더라도 강행처리했냐, 합의처리했냐에 따라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다르다"며 "박 전 대표로서는 한나라당이 망가지면 안되니까 끝까지 야당과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동안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말을 아꼈던 박 전 대표에게는 언행이 너무 조심스러운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고, 친박 내부에서도 그가 중요한 현안에는 발언함으로써 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지 않는 한, 지금까지 취해온 신중 행보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미디어법 같은 쟁점 현안에 적극 발언하겠느냐는 질문에 "원내도 있고, 원내지도부도 있고 거기서 논의 중이지 않느냐"며 "(제가) 나서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