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남서부의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4개 주에 걸쳐 있는 모하비 사막.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5만7000㎢에 푸른 하늘과 누런 황무지뿐이던 이곳에 새로운 '골드 러시(gold rush)'가 시작됐다. 2020년까지 태양에너지 시장 규모가 45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대박'을 노리는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태양발전단지 건설을 위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 토지관리청(BLM)에는 올 3월까지 이 지역에 태양발전단지를 건설하겠다는 토지 임대 신청이 2년여 만에 199건 쇄도했다. 9일 새크라멘토에서 만난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CEC)의 마이클 그레이블리(Gravely) 에너지시스템 연구부장은 "캘리포니아는 2012년까지 소비 전력의 20%, 2020년까지 33%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CEC는 모하비 사막 태양발전단지 건설을 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하비 사막은 배후 4개 주의 인구가 남한 인구와 맞먹는 4600만 명에 달하고,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 대도시들이 가까이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무한정 햇빛이 쏟아지는 천혜의 조건까지 갖췄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이론적으로 모하비 사막을 포함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현재 미국 전체 발전량의 10배에 달하는 1만1000GW 규모의 태양열 발전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한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모하비 사막의 태양발전 러시는 멈출 줄 모른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전력회사 PG&E가 지난달 13일 총 1300MW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는 등 대규모 계약이 잇따른다. 진행 중인 태양발전 프로젝트가 2.6GW(180만 가구 공급 가능) 규모인 '브라이트소스 에너지'에는 구글과 모건스탠리 등이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의 또 다른 강자 골드만삭스는 벌써 2006년 12월에 태양발전 자회사를 통해 10GW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며 506㎢의 토지 임대 신청을 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1월 네바다 사막에도 태양발전을 위한 토지 임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 플로리다의 전력회사 FPL, 셰브론 등 거대 석유기업들과 실리콘밸리의 신생 에너지 벤처들, 이스라엘과 독일의 태양발전회사들도 뛰어들어 모하비의 땅 한 조각을 얻기 위해 경쟁 중이다. PG&E의 브라이언 맥도널드(McDonald) 재생에너지원 개발 이사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 인터뷰에서 "큰돈의 냄새를 먼저 맡고 시장을 선점하는 골드만삭스가 뛰어들었다는 것이야말로 모하비 사막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훌륭한 가늠자"라고 말했다. 이 덕분에 모하비 사막의 개발 가능한 지역 땅값은 평균 20배 정도 치솟았고, 개인 지주들 중에는 벼락부자도 속출한다.

    ▲ 구글과 모건스탠리 등이 투자한‘브라이트소스 에너지’의 태양열발전소 모습.(사진 위)컴퓨터로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거울 수십만개를 이용해 태양열을 중앙의 탑에 집중시키면, 이 때 발생하는 증기로 전기를 생산한다. 아래 사진은 대규모 태양열발전 단지 상상도./브라이트소스에너지·캘리포니아대

    모하비 사막에 건설될 발전설비는 대부분 태양열 발전소다. 집중시킨 태양열로 물을 끓여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태양열 발전소는 ㎾당 발전 비용이 15센트(약 190원) 정도로 현재의 일반적 태양광 발전 비용의 절반 정도다. 넓은 면적에 대규모 설비를 펼칠 수 있는 사막 지형 등에 알맞고, 내구 연한도 30년으로 무척 길다. 클린턴 행정부 때 환경부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롬(Romm) 미국진보센터(CAP) 선임 연구원은 대규모 태양열 발전을 "인류를 구원할 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모하비 사막 태양발전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환경파괴와 물 부족 논란이 심각하다. 환경운동가와 토박이 주민들은 "사막거북 등 희귀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또 연방토지관리국이 심의를 보류한 태양발전 토지임대신청 60여 건을 살펴보면 대개 물 문제가 걸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만4000개의 집열(集熱) 거울이 설치되는 400MW 규모의 한 태양열 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거울의 모래먼지를 닦아내기 위해서만 매 2주마다 약 200만L의 물이 필요하다. 5500명 정도의 인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