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들어선 제주도내 최대 1MW급 태양광발전소 전경.   ⓒ 연합뉴스
    ▲ 1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들어선 제주도내 최대 1MW급 태양광발전소 전경.   ⓒ 연합뉴스

    지난해 폭발적인 태양광발전 설비 증가로 세계에서 4번째 큰 시장을 형성하며 태양광 산업계의 '총아'로 각광받던 국내 업계가 졸지에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30일 지식경제부가 태양광발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함으로써, 전국 7백여 태양광 예비사업자들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상당의 막대한 피해를 보게된 것.

    실제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은 단가면에서 기존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과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태양광 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장 가격과는 별도로 생산과 설비투자를 장려하는 일종의 '보상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금년 신규 지원 한계용량 50MW

    이를 위해 정부는 태양광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태양광 산업 전반을 부양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발전차액지원제도'란 정부가 태양광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기존의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와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의 차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로서, 정부가 정한 기준가격으로 태양광 전력을 전량 구매해 주는 제도이다.

    그동안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적정 투자보수율을 7%로 결정해 FIT를 운영해 오며 (3MW 이상 사업자 대상 발전차액 지원금의 경우)기준가격을 킬로와트(kW)당 2004년 716.40원, 2006년 677.38원, 2008년 472원으로 책정, 점진적으로 감소시켜왔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기준가격이 30% 가량 떨어져, 태양광 사업자의 연간 수익률이 3~4% 이하로 떨어지는 등 업계 전반에 걸쳐 급격한 위축을 불러 오게 된 것.

    특히 1MW 이하의 소규모 발전사업자 보다(11~12% 인하) 3MW 이상의 대규모 사업자들에 대한 인하폭이 커 기준가격에 대한 개선이 선결되지 않는 한, LG솔라에너지가 건립한 충남 태안 소재의 태양광발전소 같은 '대형 발전소'는 앞으로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 ▲ ㈜LG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LG솔라에너지가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일대 약 30만㎡ 대지에 1천1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태양광발전소.   ⓒ 연합뉴스
    ▲ ㈜LG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 LG솔라에너지가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일대 약 30만㎡ 대지에 1천1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태양광발전소.   ⓒ 연합뉴스

    난제는 또 있다. 마치 소규모 발전 사업자를 우대하는 듯한 정부의 방침으로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발전 예비사업자들의 과도한 신청이 밀려와, 결국 정부가 '발전차액 지원제한'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리기에 이른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발전 허가 신청이 예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총 257MW 상당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차액이 지원됐다고.

    당초 정부는 2011년까지 500MW의 태양광발전 설비에 대한 발전차액을 지원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40MW 수준에 그쳤던 태양광발전 전력이 한해동안 비정상적인 수치로 급등, 목표량 500MW 중 300MW 가량이 소진돼 버리자 정부는 부랴부랴 나머지 분량 200MW을 3등분으로 나누어 금년엔 50MW, 2010년엔 70MW, 마지막 해인 2011년엔 80MW로 배분해 지원한다는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확정 발표한 것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차액의 경우, 연도별 지원한계용량을 설정하고 착공신고제를 도입해 향후 착공신고 후 3개월 이내에 공사를 완료하는 사업자에게만 발전차액을 지원하게 된다"면서 "연간 한계용량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기존의 총 한계용량(2011년까지 500MW)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용하고 일시적인 수요폭증으로 인해 조기에 총 지원 한계용량이 소진되는 것을 막는 한편, 수입-수출의 밸런스를 조절해 균형있는 태양광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008년도에 과도하게 많은 물량이 시장에 진입(257MW)한 결과, 발전차액지원을 위한 급격한 예산증가에 따른 재정부담이 가중됐던 것이 사실이고, 총 태양광 한계용량이 500MW인 상황에서 연간 한계용량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물량의 일시적인 쏠림현상으로 조기에 한계용량에 도달하게 되면 태양광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섣부른 지원 감소‥'태양광 산업' 기반 자체 붕괴 우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한 발전설비 대표는 "전기요금에서 마련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 중 태양광발전은 700억원 가량에 불과하지만, 석탄지원금은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인다"면서 "재정부담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리를 폈다.

  •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태양광협의회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양광업계 의견수렴회'에 참석, 발제를 하고 있는 경동솔라의 조해성 대표.   ⓒ 뉴데일리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태양광협의회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양광업계 의견수렴회'에 참석, 발제를 하고 있는 경동솔라의 조해성 대표.   ⓒ 뉴데일리

    또한 "올해 발전차액지원의 한계용량인 50MW는 웬만한 중소 태양광 모듈업체의 연간 생산량 정도에 그쳐, 사실상 50MW를 넘는 신규 발전소의 건립은 요원해졌고 수익률 역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발전차액지원, 즉 정부가 구매하는 전력량이 줄어듬에 따라 나타나는 '공급과잉' 현상으로 제품가격이 하락, 국내 태양광 설비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양광전문기업 경동솔라의 조해성 대표는 "그 동안 중국 제품(태양광 발전 모듈)이 시원찮아서 상대적으로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번 정부의 조치로 우리가 생산한 제품들의 '내수 시장'이 꽉 막혀버리게 되자, 바이어들조차 '국내에서도 팔리지 않는 제품을 우리가 왜 사느냐'며 구매의사를 철회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마디로 이들의 속내는 제품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또한 조해성 대표는 정부가 스페인의 경우를 들어 한계용량 설정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스페인도 우리나라와 같이 지난해 태양광 발전소 설치량이 집중, 우리나라와 같이 전년대비 약 1/5의 한계용량을 설정했다고는 하지만, 그쪽 시장은 이미 10년 이상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우리나라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 아기 수준입니다. 올해 200MW 정도 지원될 것으로 생각해 많은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준비 중에 있었는데 결국엔 닭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정부가 이제 태어나려는 시장을,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죽여버린 꼴이죠."

    한편 정부가 2012년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RPS)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PS가 시행되면 발전차액지원제도, 즉 FIT는 전면 중단된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태양광발전은 정부 고시 수력발전 기준가격에 보다 7배가량 비싸 FIT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면서 "차액 지원이 중단될 경우 태양광 발전 내수 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물론 산업 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이웃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며 "일본은 RPS도입 이후 태양광 산업이 도태됐고 영국 역시 다시 발전차액지원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RPS 강행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