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산업에선 닷컴 버블이 있었지만 태양광 버블은 없습니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연구소(ISE)의 아이케 R 베버(Weber·60) 소장은 최근 개최된 태양광 전시회 '쏠라콘 코리아 2009' 참석차 방한해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태양광 산업은 현재보다 100배 성장 여력이 있으며 적어도 2020년까지는 태양광 버블 붕괴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독일에는 태양전지 생산 1위인 큐셀(Q Cells) 등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들이 여럿 있다. ISE는 이들 기업에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태양광 연구소 중 하나이다.

    그는 한국이 독일처럼 태양광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 묻자 "매우 쉽다. 단기간에 태양전지 보급률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전력 수요의 0.6%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2020년까지 이를 12%까지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한국도 이런 과감한 목표치를 가져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텐데.

    "물론입니다. 현재로서는 태양광 발전 단가가 기존 발전 단가보다 비쌉니다.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발전 차액 지원제도(FIT·Feed In Tariff)의 효과적인 운용이 필요하죠. 한국에도 이 제도가 있지만 지원 액수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독일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제도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 설립이 급증하자 최근 지원 용량을 2011년까지 500메가와트(㎿. 1㎿는 1000㎾)로 제한하고, 지급 기준도 ㎾당 677~711원이던 것을 428~646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무작정 지원할 수도 없지 않나요?

    그는 "태양전지 효율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10년만 지나면 수력이나 화력 발전보다 생산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10년이란 산만 넘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베버 소장은 "2~3년 이내에 다시 유가가 급등하는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유가가 떨어졌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오일 위기는 또 올 것입니다. 중국과 인도 같은 국가가 경제성장을 계속하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ISE는 좁은 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고집중형 태양전지(CPV·Concentrating Photovoltaic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베버 소장은 전했다

    "소형 고효율 태양전지 위에 작은 돋보기를 달아 넓은 영역의 햇빛을 모아주는 것입니다. 지상에 수직 가까이 세워놓아도 빛을 따라가는 돋보기가 햇빛을 모아주기 때문에 발전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땅을 덜 차지하죠. 최근 이 방식으로 세계 기록인 41.1% 효율의 태양전지를 개발했어요. 한국에도 매우 적합한 기술이라고 봅니다. 특히 미국이 박막 전지에만 집중하고 있어 한국에 유리합니다. 특히 한국은 생산 단가를 줄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요. 매우 효율적인 자동 생산기술과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분야 기술자가 독일의 태양전지 공장을 보고 '20년 전 우리 공장 수준'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성이나 LG처럼 대량 저가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는 "현재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15~20%로 가장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차세대 박막형 실리콘 태양전지는 실리콘을 덜 써 가격이 싸지만 효율이 8~11%에 그쳐 땅이 넓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한국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소개할 수 있겠죠. 현재 태양전지는 매우 순수한 실리콘에서나 가능하지만, 최근 불순물이 많은 실리콘을 이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요. 이런 전지는 값은 싸면서도 효율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도 이 분야에선 개발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조언은 '무조건 빨리 행동하라(act quickly)'입니다. 현재 전 세계 전력 수요는 1만6000기가와트(GW, 1GW는 1000㎿)지만, 태양전지 생산은 4GW에 그치고 있어요.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2020년까지 태양광 발전 시장은 반도체보다 더 큰 연 2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국내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한국은 중국이란 큰 시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다는 이점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이 독일 다음으로 2위를 했으면 합니다. (웃음)"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업에 바로 예산을 지원하지 말고 독일처럼 전기 요금에 발전 차액 지원금을 포함시키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1킬로와트(㎾)당 1센트 정도 올라갑니다.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특히 한국의 전력회사는 국영기업이어서 유리하죠. 독일은 민간회사라서 따로 법을 제정해야만 했으니까요." 

     

    [이영완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