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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경선 이후) 패자의 길로 가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홍준표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생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홍 전 원내대표 발언에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곧바로 "쇄신대상 1호는 홍 전 원내대표 같은 당직자"라고 받아쳤는데 이를 다시 홍 전 원내대표가 "안타까운 심정에서 조언했는데 이를 수용하기는 커녕 (친박이) 종교집단처럼 달라붙어 비난을 쏟아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17일 다시 성명을 내고 홍 전 원내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이 의원은 성이 가시지 않은 듯 글 말미에 "더 할말이 있습니까"라고 따진 뒤 "그렇다면 나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홍 전 원내대표에게 "당신 나쁜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상황을 정리한 바 있는데 이 의원도 이를 원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원내대표는 친이계에도 "(지난해 총선에서) 옹졸한 공천을 했다. 10년전 전과를 문제삼아 김무성 의원을 공천탈락시킨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의원은 이런 홍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공천 끝나고 15개월, 지금이라도 바른 말을 하니 용감하다"고 비꼰 뒤 "홍 대표는 그때 혁신위원장 출신으로 그 상황을 다 지켜봤지만 당시에는 아무 문제 제기도 안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잘못된 공천을 묵인했고 동조한 공동책임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와서야 옹졸한 공천 운운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 착잡하다"고 했다.
홍 전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가 패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한데 대해서도 이 의원은 "패자의 길이 어떤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깨끗하게 (대통령 후보 경선) 승복했고, 분당은 없었고, 대선 지원했다. 대선 공고가 나자마자 지원유세 다녔고, 대통령이 만나자면 만났다"면서 "기막힌 보복공천을 당하고 분당 운운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흔들림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가만히 있는 박 전 대표에게 홍 전 원내대표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언어 채찍을 휘두르면 지켜보는 사람들은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박 전 대표가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57일을 매서운 겨울 추위에 거리에 섰을 때도 당내 일부에서는 발길질을 했고 헌정사상 유례없는 지방선거 압승을 거두면서 죽을 뻔 했던 그 칼 맞은 상처자국이 오뉴월 햇볕에 더욱 깊게 보일 때 나는 늘 먼 산을 본다"고 한 뒤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이느냐. 그 분이 더 아파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그 분이 홍 전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에 무슨 해를 끼쳤고,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정말 이러느냐"면서 "홍준표! 당신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정현 의원의 글 전문]
"홍준표 의원님께"
홍준표 전 대표님!
하나님을 믿는 이정현 의원입니다.
빨간 옷, 빨간 넥타이, 빨간 양말을 신봉 안합니다. 저는
총선공천이 옹졸했다고 모 신문과 인터뷰하셨더군요.
참으로 정확하고 용기 있는 발언입니다.
공천 끝나고 15개월, 지금이라도 바른 말을 하시니 용감합니다.
홍 대표님! 기억나시죠? 2006년 지방 선거 한나라당 공천!
한나라당은 당시 16개 시도지부에 4대 지방 선거
공천권을 100% 이양했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그 다음 해에 대선 경선이 있었음에도 당 대표는 정치이익을 포기한거죠?
언론사설과 정치학자들은 그동안 상향식공천을 이구동성으로 주문했었습니다.
하지만 YS도 DJ도 그 외 누구도 안했고 또 못했습니다.
주로 낙하산 공천, 밀실 공천, 당 대표의 私薦이 많았지요.
私黨化 하고 정치보복을 하고 정치 빚을 갚는 수단으로도 썼지요.
그런데 2006년도 4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상향식공천을 했습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고
공천기간을 충분히 잡고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3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만 주문했었죠.
여기서 투명과정이란 여론조사를 해서 압도적인 후보는 단일후보로 확정하고
엇비슷한 후보끼리는 경선을 하고
좋은 인물 영입이 필요할 때는 전략지역 지정절차를 거쳤습니다.
당 지도부의 개입은 일절 없었습니다.
이 원칙은 한나라당이 23 대 0으로 열린우리당에 완승했었던
2004년부터 2006년 6월까지의 재보궐선거에도 그대로 적용 되었습니다.
재보선 때마다 공천심사위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사무총장은 제외 되었고요.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천은 정치발전에 있어 처음이자 끝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승복하게 하고 선거승리와 당의 화합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입니다.
박근혜 당시 당 대표는 힘들고 어려운 야당 여건 속에서도 교과서적인
이런 공천을 실천했고 여기에는 홍준표 당시 혁신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혁신안의 내용이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공천은 이런 규정, 이런 선례가 철저하게 무시되었습니다.
지금은 당 대표로 모시고 있는 당의 간판 얼굴,
또 대통령과 당 대표가 원내대표로 추대하려고 했던 그 분까지도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탈락 시키는 그런 공천을 했습니다.
혁신위원장 출신 홍 대표님은 그 때 그 상황을 다 지켜봤지만
당시에는 아무 문제제기도 안했습니다.
당헌과 원칙이 무참히 짓밟히는데도 침묵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못 된 공천을 묵인했고 동조한 공동책임자입니다.
지금 와서야 옹졸한 공천 운운하는 것을 들으면서 참 착잡합니다.
박 전대표 시절 그 때 한번으로 한나라당 상향식 공천은 끝난 것입니까?
정권도 가졌고 국회의석도 과반이 넘는 훨씬 좋은 여건으로 바뀌었는데요. 지금은
홍 대표님!
패자의 길이 어떤 것입니까?
경선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의 질문과 국민들의 관심사는 경선 후유증이었죠?
경선 후보가 승복하겠는가? 분당은 없겠는가? 대선 때 지원 하겠는가?
박근혜 전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했고 분당 없었고 대선 지원했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가 추운 겨울 날 집 앞에서 한 시간씩 세 차례나
만나기를 원했지만 안 만났습니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지 않겠어요?
대선 공고가 나자마자 지원 유세를 다녔습니다. 지지세 결집에 큰 기여였습니다.
중국 특사로 임명 받고 소임을 다했습니다. 대통령이 만나자면 만났습니다.
기막힌 보복공천을 당하고 분당 운운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흔들림 없었습니다.
시급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말은 했었지만
가급적 조용히 있는 것이 대통령과 당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연활동이나 대외 정치 활동을 극도로 자제 한 것도 그 이유 일 것입니다.
캠프도 없고 별도 사무실도 없고 국회의원 비서실이 유일한 창구일 뿐입니다.
경선이나 대선이 끝나면 외국으로 나가서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들도
과거에는 간혹 있었습니다.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원칙과 정도를 지키며 바른 길을 가면 되지 굳이 외유를 나갈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나 생각듭니다.
사실 자칫 잘못해 차기 대선 예비 주자들이 너무 일찍 나서서 너나없이 경쟁하며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치면 조기 레임덕도 우려 되고 국정에 도움이 전혀
될 것 같지 않은데 홍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 들지 않으십니까?
어떤 다른 패자의 길이 있나요? 홍 대표님?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참패나 최근의 쇄신에 대한 의견을 밝힌바 있습니다.
(국정운영이나 당 운영을) 잘해서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단지 선거에 이기기 위해 하는 일 말고
야당시절 국민에게 약속 했던 정책들을 실천에 옮겨 신뢰를 쌓아 가고
야당시절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달라지고 변하겠다며 애절한 심정으로
국민에게 약속 했던 정치개혁들을 실천하는 것이 쇄신 아니겠는가 하는 말 같습니다.
홍 대표님!
힘들게 힘들게 너무 힘들게 가만히 있는 박 전 대표에게 홍 대표님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언어 채찍을 휘두르면 지켜보는 사람들은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박 전대표가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57일을 매서운 겨울 추위에 거리에 섰을 때
그 때도 당내 일부에서는 발길질을 했었지요.
그리고 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다시 말 뒤집기를 해댈 때도 마음 아팠습니다.
앞선 당 대표시절에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이행해 국민신뢰를 쌓고
국민 통합을 위해 상생의 정치를 부르짖을 때도 당내 일부는 외면했습니다.
싸늘한 눈초리와 비아냥을 보내고 심지어 물러나라고 할 때 역시 마음 아팠습니다.
다 죽어 가는 당을 살리면서 그 때 퉁퉁 부었던 그 팔과 다리와 손은 지금 봐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저는.... 홍대표님!
박 전대표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지방 선거 압승을 거두면서 죽을 뻔 했던
그 칼 맞은 상처자국이 오뉴월 햇볕에 더욱 깊게 보일 때 저는 늘 먼 산을 봅니다.
2002년과 2005년 당 혁신을 추진하면서 반개혁 세력들이 던져 댔던 그 말 폭탄 파편들, 오른 팔과 왼팔, 오른다리와 왼다리들이 다 잘리어 나가는 공천 보복을 당하면서 겪었던
그 아픔을 다 극복하고 지금은 편안해 하는 표정을 보면서도 저는 가슴 아픕니다. 홍 대표님!
그런데 홍 대표님!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입니까? 그 분이 더 아파야 합니까?
그 분이 홍준표 원내 대표에게, 한나라당에게 무슨 해를 끼쳤고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러십니까? 정말.
가만히 가만히 가만히 있겠다는데 왜 그러십니까?
홍준표! 당신 나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위해 축복의 기도를 하겠습니다.
더 할말 있습니까? 그렇다면 저와 공개토론을 제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