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정부 당국 간 공식 접촉에서 통지문을 통해 개성공단 토지사용료 선지불과 북측 노동자 임금 조정을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추가적인 대화를 강력히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측에서 다음 접촉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분명했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신중히 파악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중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입수, 23일 보도한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 등을 요구하기에 앞서 PSI에 대해 "우리가 이미 전쟁 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힌 이른바 PSI는 남북관계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남측 기업은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기껏해야 얼마 벌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통해 얻는 것이 거의 없고 손해만 보고 있는데 이런 계약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또 "땅값도 올리고 노동력값도 올리겠다"면서 "우리는 굉장히 (진정성을 갖고)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남측은 '우리가 돈에 목을 매 깨지 못하고 있다'고 선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2014년부터 지불하도록 돼 있는 토지사용료를 4년 앞당겨 내년부터 낼 것과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할 것 등 두 가지 요구사항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 유지에 대한 의지를 함께 나타내 향후 추가 접촉이 주목된다. 통지문에서도 "우리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성의와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북한이 우리측 대표단에게 "다음 접촉 날짜를 확정해 달라. 이번 주에라도 하자"고 제안하거나, 대표단이 22분간의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귀환하는 동안에도 연락을 해 "가능한 한 (북한 측 요구에) 답을 빨리 줬으면 좋겠다. 내일(22일)이라도 언제 다시 만날 것인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북측의 의도를 신중히 파악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안의 여러 면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정부"라면서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강경으로만 치달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떻든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판을 다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라면서 "다만 강경 일변도가 능사가 아니기 때문에 유연하고 탄력 있게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부처간 협의를 거쳐 북한의 기존 계약 재검토 협상 제안에 대해 역제안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시점에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