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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직접적인 대국민 설득 노력이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연준의 대응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그의 노력은 앨런 그린스펀이나 폴 볼커 등 전임자들의 `비밀주의', `엄숙주의'와는 상반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1.1% 감소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14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컬리지 강연에서 "미국 경제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강연뒤 학부생들과 마주 앉은 그의 질의 응답 과정은 TV를 통해 여과없이 생중계됐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지난달 CBS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에 출연하는가 하면,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기회를 잇따라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버냉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 총재가 더 개방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가 미 연준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볼커의 시가 씹는 모습을 통해 미 의회가 이자율에 관한 추측을 했고, 임기중 딱 한번 TV 에 출연하고 연설후 질문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린스펀과 비교할 때 엄청난 대조를 이룬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정례적인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논의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 의장의 비공개 행보가 연준의 정책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버냉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우리가 계획을 갖고 있고 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은 "이제 연준 의장을 반신(半神)적 권위자로 대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들은 가짜 신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이 같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 홍보 행보는 백악관으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WSJ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버냉키 의장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위기 상황에 대한 그의 조언은 "매우 가치있는 것"이고 그의 폭넓은 노력은 국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호평은 버냉키의 향후 거취와도 무관치 않다.
그는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끝난다. 오바마는 올해 말께 그를 연임시킬지, 또는 교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말 오바마의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사실상 차기 연준의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지금도 그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최근 버냉키의 대국민 행보는 오바마에게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해 재고할 여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버냉키는 서머스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과 자주 만나 논의를 하고 있으며 그의 친구들은 그가 재임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 경제가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WSJ는 전했다.(뉴욕=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