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입시를 주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실무위원장인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11일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고등교육법과 대교협 규정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처장은 이날 대교협 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KGIT빌딩 4층 시네마실에서 열린 '201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수립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201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 수립의 기본원칙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대입 완전 자율화가 이뤄질 때까지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의 골격은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문제점과 부작용은 부분적인 개선을 통해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입자율화의 급격한 확대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대입전형제도의 확립을 위한 방안"이라며 "3불정책의 유지로 인한 문제점들은 각 대학이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8월에 발표한 '2011학년도 대입입학전형 기본사항'에서 '초·중등교육 정상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학생선발을 위해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를 '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실시하도록 한다"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및 사교육비 증가 등의 우려를 감안해 과거의 국영수 중심의 지필고사와 같은 본고사 형태의 시험이 되지 않고 다양한 논술유형을 예고해 혼란을 최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고교등급제에 관해 "고교등급제금지 대신 '고교 선택제, 학업 성취도 평가, 고교 정보 공시제에 따라 대학별로 고교 종합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이 다양한 형태의 논술을 시행하면 학생선발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고 따라서 고교등급제는 의미를 잃게 된다"며 "개인과 학교 특성 반영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추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실시하도록 하며 2011학년도에는 고려하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은 "3불제도라는 용어와 논란 자체에 머무르지 말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대학자율화가 정착되기까지는 훈련과정과 시행착오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완 은광여고 교사(서울지역고교진학부장협의회장)은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를 놓고 대학이 우선해야 할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시정책을 수립할 때 진학의 최전방에 있는 진학지도 교사의 의견을 듣지 않고 시행하다 보니 각 대학의 입시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고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의 쟁점과 개선방향'이란 주제로 발제한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대학입학전형제도 수립을 위한 기본 전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교육에서 평등과 균형을 중요시했기에 경쟁이 어색할 수 있으나 교육도 경제와 같이 무한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김규환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의 사회로 진행됐고 토론자로 문흥안 건국대 교수(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남보우 단국대 교수, 정완용 경희대 교수가 참석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교조는 세미나가 시작될 무렵 시네마실 입구에서 '핫바지 교과부와 탐욕의 대교협'이란 제목의 논평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