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현대차 노사(勞使), 위기의식 공유(共有)하지 않으면 망한다"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시장 축소와 재고(在庫) 증가 사태와 관련한 회사측 비상경영 방안에 대해 "4만5000명 노조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2일 조업시간을 평균 4시간 줄이고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混類) 생산방식을 도입하며 관리직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비상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 비상경영 방안은 세계 자동차업계 선두 주자들의 가혹한 제 살 도려내기 식 비상경영 체제와는 비교도 안 된다. 말만 '비상'이란 단어를 빌려왔을 뿐 여전히 '태평(太平) 경영'이라는 느낌마저 드는 안이다. 초우량 기업 도요타만 해도 생산량을 100만대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추가로 100만대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75개 공장에서 교대근무를 없앴고 공장 비정규직 사원 6000명 중 적어도 3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이제 감원과 조업중단은 당연한 일이고 화장실 손 건조기 사용을 중지시키기까지 하면서 한 푼이라도 비용을 아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회사측의 하나마나한 비상경영 체제를 놓고 "노조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펄펄 뛰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감(感)도 못 잡는 우물 안 까막눈 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공급능력이 수요를 2500만대나 넘는다. 이번 경제위기로 그마저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과잉이 더 심해졌다.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작년보다 200만대쯤 줄고 내년엔 올해보다 300만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사이 500만대의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최소한의 자구노력조차 가로막겠다고 하고 있으니 제 정신이라 할 수 없다.

    회사측의 위기의식도 부족하다. 도요타는 경기침체와 엔고(高)로 사상 첫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데 책임을 지고 와타나베 사장이 퇴진하고 임원들은 연말 보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 경영진이 먼저 희생하는 자세를 보여야 아래도 따라오는 법이다. 경영진의 이런 솔선수범이 있기에 도요타 노조는 50년 넘게 파업 한 번 없이 공정과 품질개선에 앞장서 온 것이다. 현대차는 도요타의 노사가 '2인3각'으로 함께 뛰는 자세부터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