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가 저물어간다. 이 정부는 국민 성원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마감하고 닻을 올렸지만 숱한 도전과 시행착오 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개혁과 실용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국정 구석구석에까지 미치지 못했고, 경제 살리기를 내걸었지만 예기치 못한 국제 금융 위기에 부딪혀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미숙한 국정 운영에 기인한 혼란이 계속됐다. 그러나 2008년은 새로운 국가 건설을 향한 비전이 하나하나 구체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뉴데일리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한해 공과를 분야별로 되돌아 보며 2009년을 전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 해 각종 규제완화, 감세, 공기업 선진화 등을 통한 경제살리기 정책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노력을 지속했다. '5년 후 국가경쟁력 순위 15위, 잠재성장률 6∼7% 수준 달성'이라는 목표 하에 진행된 규제개혁 노력은 최장 4년 걸리던 산업단지 개발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등 '섬기는 정부'로서 가시적 성과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면서부터 친기업적 환경 조성과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였다. 이 대통령이 뽑아낸 '전봇대'는 기업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불합리한 행정규제를 혁파한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각종 규제완화로 '경제살리기' 주력…'MB표 탈(脫) 이념 실용주의' 시험대

    기업활동에 대한 행정규제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도 돋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설립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소규모 아이디어 창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공장입지의 체계적 공급확대를 통한 입지수요를 흡수했다. 또 과도한 형벌조항과 불합리한 양벌규정을 정비,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활력을 더했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은 만만찮았다. 지난해 대선에서 530만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은 '탈 이념 실용주의'를 토대로 사회 전반에 개혁드라이브를 걸었지만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현실적 벽과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도 빨리 찾아왔다. '아륀지(orange)'한마디에 인수위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고 뒤따라야할 교육 개혁 청사진도 주춤했다. '고소영' '강부자' 등 인선파동을 둘러싼 신조어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정책 전반을 발목잡았다.

    신구정권 갈등, 보수진영 분열, 국회 공전…'아쉬운' 개혁동력

    노무현 정권의 그림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일할 수 있는 기반'인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결국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이전 정권 내각 일부를 '임대'해 새 정부를 시작하는 고충을 떠안아야 했다. 뒤이어 이뤄져야 할 공직사회 인적쇄신마저 꼬아놓은 인사절차 탓에 제때 진행하지 못했다. 당연히 새 정부 국정목표에 따른 야심찬 개혁정책이 일선 공직 현장에 전파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은 신구정권 대립의 절정을 보여줬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보수 진영 갈증은 이 대통령을 재촉했지만 정작 보수 진영 내부 분열은 더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에서 치열한 내전을 치른 보수 진영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치른 총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를 따르는 친박연대와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으로 또다시 갈렸다.

    관가에 분 이명박 정부 '실용 바람'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는 출범 초 청와대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먼저 청와대 비서동 위민관(구 여민관) 내부 모습이 확 달라졌다. 칸막이는 낮아지고 각 실별 소통이 원활하도록 밝고 트인 구조로 바뀌었다. 비서관들의 개인 집무실도 없어져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즉석 회의'가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청와대 관용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석급 관용차는 고급스러운 검정색 세단에서 중소형 하이브리드카로 대체됐다.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때문에 광화문 일대에 호텔 입구에서는 '기사 딸린 소형차'에 익숙치않아 당황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요즘은 소형 하이브리드카가 호텔 도어맨들로부터 대접받는다고 한다.

    또 일반 직원들의 업무용 차량은 대폭 축소, 택시를 이용하도록 했다. 구입 유지 비용이 절감될 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서민경제에도 조금이나마 도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얼리 버드' 청와대에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샌드위치가 인기였다. 오전 7, 8시에 시작하는 여러 회의에 앞서 직접 인스턴트 커피를 타마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종종 언론에 잡히기도 했다.

    '실용바람'은 각 부처에도 이어졌다.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통폐합되는 부처에서는 "집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고 활용 방안을 찾아보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재활용 분위기가 확산됐다. 각종 정부 행사에서도 단상위에는 고위 공직자가 아닌 실제 행사주인공인 국민이 자리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대통령은 요즘도 외국사절 방문과 같은 의전이 중요시되는 행사가 아닐 경우 격식에 얽매이지말 것을 주문한다고 한다.

    보수 진영의 흐트러진 결속력은 촛불시위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 문제를 넘어 이명박 정부 정책 전반을 겨냥한 타격이 시도되고 기초 법질서를 뒤흔드는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왔지만 쪼개진 보수 진영은 반격을 취할 전열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

    쇠고기 파동, 중국산 멜라민 파동 등으로 인한 식생활 안전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3월) 식품안전기본법(6월)에 이어 7월에는 선진국 수준의 식품안전 달성을 위한 식품안전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발빠른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신뢰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을 적극 진행, 소위 '떼법'과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 뿌리뽑기에 나섰다.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체계적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기초질서 확립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위반행위 계도와 단속을 강화했다. 또 선진 집회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합법 집회와 시위는 보호하되 불법 행위는 강력히 차단하는 원칙을 강조했다. "기초 법질서만 잘 지켜도 1%는 더 경제성장 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건국 60주년 8.15를 기점으로 '뉴 스타트'를 천명, 집권 초기 시행착오를 딛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 전략'으로 '녹색성장 비전'과 함께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공감정책' 발표하면서 서민안정을 꾀했다.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한 이명박 정부 의지가 구체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취임 첫해 '4강외교' 업그레이드 완료…한미동맹 복원 성과

    취임 첫 해 한반도 주변 '4강 외교' 초석을 완성한 것은 실용외교의 성과로 꼽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거 10년간 정권에서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상당 부분 복원한 점이다. 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키면서 '세일즈 외교' '에너지 외교' 성과를 이뤄냈다.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의 발언권을 세계 무대에 확대하는 중대한 계기가 마련됐다.

    여느 정권보다 국내외 시련이 많았던 한해, 국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100일 가까이 개원조차 못하던 제 18대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8월말경에야 원구성이 완료됐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경제난 극복을 위한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로 정쟁을 거듭하며 더딘 행보를 보였다.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무기력함과 민주당의 '발목잡기'식 파행 등 여야 모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국제적 금융위기의 조속한 극복 노력이 필요할 때 국회가 정치적 이해 관계에 빠져 새해 예산안과 민생입법 처리에 늑장대처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북송 '삐라'(전단) 논란 등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념대립도 여전했다.


    "2009년 한 해가 모든 것 결정"…경제살리기, 민생챙기기 '올인' 의지 밝혀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선 1주년을 맞아 '국민께 드리는 편지'에서 "2009년 한 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심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뛸 것"이라며 "당면한 위기극복은 물론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여러 국정 과제와 공약을 힘차게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집권 2년차엔 정권의 명운을 걸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면서 '잘사는 국민, 강한 나라, 따뜻한 사회' 구현을 위한 민생·개혁 정책 추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새해 업무보고를 연내에 앞당겨 실시하고 내년도 경제운용보고대회역시 연말에 마무리하는 등 속도를 더하고 있다. 또 내년 1, 2월 경에는 청와대 조직개편과 개각 등 여권 진용 재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이 대통령 '친정체제 강화'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에 정책 주안점을 두지만 변화와 개혁역시 동시에 추진될 것"이라며 "공기업 선진화와 각종 민생개혁 과제를 차질없이 진행해 결국 일로써 평가받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