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사냥개나 꽃게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3선 중진이 된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문제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선 당시 사무총장을 맡아 이 전 최고위원과 손발을 맞췄던 이방호 전 의원도 함께 거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한 발언인데 이 전 최고위원을 '사냥개', 이 전 의원을 '꽃게'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당내 이재오계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권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재오 복귀' 논란을 묻자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당분간 조용히 물러나 있는 게, 그냥 조용히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미국에 계속 계시든 들어오든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겠지만 지금 당에 필요한 것은 지도부나 주류, 이런 분들이 당 화합을 통해 다시 170명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일이지 누구를 데려와서 여권 전체를 강제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물론 이방호 전 의원의 복귀까지 주장한 공성진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쏟았다. 그는 "우리 최고위원 중 한 분이 이 정부 성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분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하면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역할론을 주장하고 심지어 이방호 전 사무총장까지 언급한 걸 보도를 통해 봤다"면서 "지금은 사실상 사냥은 다 끝났고, 사냥개나 꽃게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 당 화합이 정말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아까 그 말을 한 분(공 최고위원)이 얘기한 부분 중에,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의미로 얘기한 거라면 거의 망언 수준의 말이다"고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직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한 것과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이들과 만찬을 하려다 취소한 것도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나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큰 의미를 갖는다고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이 대통령이 안국포럼 인사들과 저녁을 한 것은 좀 아쉬움이 크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오히려 반대로 경선 당시 상대편에 있었던 사람들을 불러 식사를 하고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자당에 대해선 "반신불수 상태"라고 진단했다. 권 의원은 "우리 당을 보면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면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무기력하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나는 받아 마땅한 비판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당이 수도권-비수도권 의원간에 대립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도부가 최소한 당에 사전 설명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비판했고, 당이 당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단독상정 방침을 밝힌 뒤 한 발 물러선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 급하게 조기 비준을 해야 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일방처리가 없다고 변한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우리 당에서 국정원이 정책 일반에 대해 정보수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낸 모양인데 이런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가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부분을 당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당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하나의 증표"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훨씬 웃돌던 당 지지율이 오히려 10% 가까이 낮다고 하는데 당이 최소한 정부나 청와대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권 의원은 이어 "지금 당이 처해 있는 문제는 지도부의 무능 무기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당이 반신불수 상태에 있다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숫자로는 170명이 넘지만 실질적으로 절반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신불수 정당, 눈치보고 활력없는 정당, 그런 상태고 이것이 극복되지 않는 이상 지지율이나 당청 관계, 모든 점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