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날짜와 장소 주례자 등이 결정되자 청첩장을 박았습니다. 이제 누구한테 보내느냐 하는 문제에서 또 고민이 됐습니다. 가까운 사람들 중심으로 하나 둘 보내다 보니까 보내고 나면 또 생각나고 보내고 나면 또 생각나고 그러기가 한이 없었습니다. 피로연 뷔페를 예약하는데 몇 사람이 올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청첩장을 받았다고 다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략 300명 정도라고 했습니다. 

    예식이 시작되고 하객들도 큰 교회 홀에 거의 착석이 됐습니다.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문제는 420명까지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음식이 동이 나서 식사를 못하신 분들로부터 좀 짜증스런 광경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제가 혼사 경험이 없다보니 세상에 이런 실례가 어디 있습니까. 너무 죄송한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몇 분에게는 식사비를 주기도 했으나 누가 식사를 못하고 가셨는지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책임은 이 행사를 총괄 기획한 저한테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축가 몇 개 중 하나가 좀 그랬습니다. 원래 우리 딸 친구들이 연주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게 깨지고 신랑 친구들이 뭔 코믹한 축가를 한다고 했다는 군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아뿔사 교회 분위에 맞지 않는 소위 ‘이상한 축가(?)’에 열이 가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또한 중단시킬 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고 난감했습니다. 물론 본인들은 열심히 준비하여 한 일인데 거기가 일반 예식장이 아니고 교회였고 또 하객들 중에는 거룩하신 목사님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제 몸에서는 땀이 흘렀습니다. 

    결혼식에 와 주신 많은 분들한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큰일을 치르고 보니 잔치에 사람이 참석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부조인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남의 경조사에 열심히 참석해 주는 일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꼭 와야 할 사람들이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섭섭함도 있었습니다. 

    식전 한 주간동안 20~30여분이 다녀가시기도 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생각한 것은 “내가 남의 경조사에 부조한 것은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고, 남이 내 경조사에 부조한 것은 반드시 적어 두고 그 분 경조사에는 그 이상으로 갚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혼례를 마치고 다음과 같은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삼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만추지절에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저희 집의 혼사에 바쁘신 가운데도 불구하고 참석하여 주시고, 축전을 주시고, 축의금을 주시고, 화환을 보내 주시고, 선물을 주시고,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이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두 사람에게는 더없는 격려와 큰 은혜로 간직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두 사람의 앞날을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고 항상 바른길을 걸을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혼사를 치른 경험이 없다보니 더러 결례가 되는 부분이 있었음을 너그러이 이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나 먼저 지면으로라도 우선 인사를 올립니다. 

    뜻하시는 모든 일에 하나님의 은총이 넘쳐 나기를 기도드립니다.

    황화진 박성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