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요즘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가만 보니까 내 얼굴이 펴질 기분이 아닌 것을 새삼 느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손 대표는 화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7·6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시·도별 대의원 대회가 파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가 정회되는 소동까지 겪은 지역위원장 선정도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손 대표는 잔뜩 화난 표정이었다. 주변에서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디갔느냐. TV에 인상이 찌푸려진다"는 말을 듣는다고 소개한 손 대표는 "이제 전당대회가 열흘 남짓 남았는데 아직 광주·전남지역은 시·도당 대회 날짜도 못잡는 현실에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겠다"고 개탄했다. 문제가 된 광주·전남 대의원 대회는 구 민주계가 대의원 선전 과정을 문제삼는 바람에 다음달 2일로 대회가 미뤄진 상태인데 이 일정도 불투명하다. 구 민주계는 호남지역 대의원 선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계가 일방적으로 선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말로는 화학적 결합을 말하고 재창당을 말하는데 정말 당을 생각하는지, 국민이 우리를 보는 눈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것인지, 얼굴이 찡그려지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매일 가슴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과연 이것이 합당정신이고, 아직도 말로만 화학적인 결합을 말하면서 내 지분 챙기려고 한다. 말 다르고 속 다르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여기 고재득 최고위원이 있어 송구스럽지만, 서울 성동갑(지역위원장 선정문제)만 해도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손 대표는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민에게 창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고 따진 뒤 "이 문제에 내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당 대표로서 무한 책임을 느끼지만 우리가 이렇게 가다가는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당이 거꾸로 망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것은 창당의 모습이 아니다"며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고 나 보다는 당, 당 보다는 나라를 생각하는 자세를 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