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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30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대통령, 인적쇄신에 승부 걸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더 이상 안되겠다. 대통령 이명박이 방중(訪中)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늘, ‘혁명적 결단’을 내려야 할 마지막 타이밍이라는 인식으로 확 돌아서서, 민심을 일거에 수습할 수 있는 ‘혁명적 국면 전환책 구상’에 착수하길 끝내 거부한다면? 6월은 좌파·친북·반미 세력의 총궐기 선동에 선량한 시민까지 대거 합류, ‘이명박 아웃(out)’을 외치는 걷잡을 수 없는 비상시국의 극에 다다를 것이다. 과장? 6월 위기론은 악의적인 조어(造語)가 아니다. 6·4 취임 100일, 6·10 항쟁, 6·15 남북공동선언…. 이미 좌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재기할 기력도 딸리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더 절망적이다. 쇠고기 하나를 정권 최고의 위기로 키우고 마는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 너무 무능력하다. 이명박 청와대와 내각은 이미 판가름났다. 청와대 전면 교체와 내각 총사퇴를 결단해야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입에 비상(砒霜)을 털어넣는 듯한 처절한 각오로. 극약처방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대통령 이명박에게 진중하게 청원(請願)하고 싶다.
첫째, 청와대와 내각을 극단적인 표현이긴 해도, ‘극빈자형’으로 전면 쇄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수십억 수백억 하는 부동산 문제 한 방으로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대통령이 부자면 참모는 가난해야 하는 건 필수. 참 알다가도 모를 이명박 인사의 철학이다. 공시지가로만 재산이 100억대 되는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잠시 참으며 지켜봤더니 또 40억대가 넘는 청와대 비서관이 수두룩하다. 완전히 국민 염장에 어깃장을 놓으려고 작심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이런 인사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거부들도 욕하고 있다. 정말 묻고 싶다, 대통령에게.
둘째, 국민이 승복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수 출신이라도 경험과 능력이 자신들의 직역(職域)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들로 교체해야 한다. 청와대는 경험없는 사람들이 공부하며 배우는 연수원이나 세미나실도 아니고, 대학을 새로 차리는 곳도 아니다. 야!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청와대에 갔네? 장관으로 갔네? 이런 소리가 자기 잘난 맛에 세상 사는 똑똑이들 사이에서도 나오도록, 속으로 주눅이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내각이 이 정도 수준인가? 정말 답답하다. 그래서 국민이 이 정권을 얕잡아 보고 만만하게 대하는 것.
셋째, ‘잃어버린 10년’ 동안 보수·우파 정권의 탄생을 위해 분노·헌신하며 철학·소신·영혼, 그리고 ‘깡’을 키워온 사람들로 청와대와 내각을 채워야 한다. 대통령 이명박은 “보수와 진보는 없다. 실용일 뿐이다”고 하다가 청계천에 시위대가 몰려오니 “난 원래 진보적이다. 보수가 아니다”고 헷갈리는 언급을 쏟아냈다. 그럼 보수·우파가 왜 이명박을 찍었나? 대통령 주변도 이런 정체성 없는 회색분자 일색이니 대통령한테 전해지는 민심도 왜곡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 한 명 없다. 보수·우파 정권을 위해 투신하고 영혼을 바치겠다는 전사(戰士)가 없으니 대통령의 그늘에 숨어 책임전가를 하는 데만 급급한 것이다.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와 발상이 아예 전무한 것이다. 대통령실장 류우익부터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곤두박질하는 순간 ‘내가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빈말로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국무총리도 역부족을 시인하며 보따리를 싸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 무책임한 참모들을 바꾸지 않고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는 대국민 사과담화를 해봐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요령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심이 더 화가 난다. 책임자를 쳐야 할 것 아닌가? 대통령부터 자기 살과 뼈를 깎고 희생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대대적이고도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승부를 걸어라! 거국적인 청와대와 내각으로 다시 짜는 수밖에 없다. 도덕성·능력·추진력을 갖춘 정면돌파형 청와대, 정면돌파형 내각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 정국 수습의 해답 아닌가? 국민이 영혼을 던져 사랑하고 싶은 정권을 제발 만들어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