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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홍준표와 임태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인사(人事)를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은 가부장(家父長) 스타일이다. 엄격한 아버지가 하나부터 열까지 호령하고 챙기는 것처럼. 아버지보다 더 똑똑하거나 더 나대는 자식은 부담스럽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경숙, 국무총리 한승수, 대통령실장 류우익과 수석비서관들, 장·차관 인사들의 성격적인 공통점은 온순형. 대통령 이명박은 한나라당 안에서도 경선제를 없애버렸다. 국회의원 공천에 이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청와대 의중대로 짝! 짝! 짝! 박수치며 통과시켰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경선하는 판에.
이명박이 왜 ‘원내대표 홍준표·정책위의장 임태희 카드’를 당에 던졌는지도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들을 통해 당을 100%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홍준표가 만만찮은 성격인데?’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은 홍준표 정도는 장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그를 기용한 것이다. 오히려 그 칼칼한 성격을 활용해 당에서 대통령을 대신하는 ‘군기반장’으로 쓸 생각이다. 임태희는 원래 ‘무골 화합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겨보니 척하면 척할 정도로 소통이 가능해졌다. 이명박 구상은 두 사람을 통해 당의 정치와 정책을 손 안에서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다.
그러면 홍준표와 임태희가 대통령의 ‘푸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명박호(號)는 항구를 떠나자마자 물이 새어들고 있다. 이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하지만? 대통령 주변 어느 누구도 대통령의 가부장적 위세에 눌려 ‘위기!’라고 소리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열린우리당’의 무기력을 보이고 있다. 국면 전환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무능력과 민심 둔감증. 답답하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한 것은 소위 4대 개혁법안이란 걸 밀어붙일 때 당시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이 애완견 역할만 했기 때문이다. 그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홍준표와 임태희는 노무현 학습효과를 되돌아봐야. 대통령의 푸들이 될 것이냐, 아니면 정치생명을 건 직언으로 정권과 나라,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모두 건질 것인가? 기로다. 정치사에 남을 ‘명(名) 원내대표, 명 정책위의장’이 되려면 단 하루를 하더라도 이명박에게 진심어린 고언을 하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부터. 늘 가슴 속에 사표를 갖고 다닐 배짱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