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총선개입'이라는 야권의 정치공세를 피하기 위해 주요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통상적인 대통령의 업무라고 하더라도 통합민주당 등 야권에서 예상되는 정치적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3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피해지역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 10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같이하며 노고를 격려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한 행사지만 선거개입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무기한 연기했다"면서 "(야권에서)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이 해외순방 일정과 겹치는 점을 고려해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산의 한 복지시설을 미리 찾는 계획을 검토했으나 야당의 비난을 우려해 취소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초 5월까지 계속됐던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한달남짓 만에 시급히 마무리한 것도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청와대는 4일 오전 예정됐던 국가정보원 업무보고도 총선 이후로 연기키로 했으며,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도 업무보고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새 정부 출범 후 첫 당청주례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야당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총선 이후로 미뤘다. 미리 예정된 정기적인 회동이나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이나 감사원 등의 업무보고는 민감한 사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총선 후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현장을 중시해 최근 지방출장 일정도 기획했으나 총선 때문에 발이 묶여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일산경찰서 방문도 정치적 행위라는 해석이 나오니 답답한 지경"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