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멋진 금실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강금실에 대한 저항감, 또는 혐오증은 조신하지 못해 틈만 나면 튀고, 제 잘난 맛에 사는 깍쟁이 여자라는 이미지 때문 아닐까? 강금실(51), 그는 통합민주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다. 비례대표 금배지 하나는 저절로 굴러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발로 찼다.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튀고 난리군.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낸 남자들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들어가려고 구질구질 발버둥치는 뉴스가 더 크게 실렸다. 하지만 강금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보면 그의 ‘금배지 발로차기’는 어려운 결단이다.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

    강금실은 다른 것 같다. 이건 상투적인 고정관념이야, 정치를 해도 국회의원을 안할 수 있잖아? 비례대표를 받아들이면 난 강금실이가 아니잖아? 그 잘난 소리 해대던 여자 정치지망생들은 공천장 받는 순간 쑥 들어가 버렸다. 왜 강금실은? 진부함을 깨야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런 판단이 총선 1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제법 적중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통합민주당에서 지도자급 인물들은 거의 사라질 것이니. 강금실은 살아남는다. 그깟 금배지 하나에는 눈 하나 까딱 않는 승부사의 담력! 멋지다. 국회의원 한번 한다고 강금실의 정치적 비중이 급상승? 여의도 의사당에서 몸싸움 벌이는 강금실? 차라리 정학 당한 학생처럼 멀찍이 서 있는 것이 이미지에 좋다. 똑똑하다. 적어도 노무현이 쓴 사람 중에 사람답게 처신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구나 하는 느낌 정도는 남겼다. 이해찬은 불출마로 꽁무니 빼고, 유시민도 탈당하는 판국에 강금실은 아동 납치 미수 사건을 두루뭉술하게 넘긴 경찰을 찾아가 “지금 쑈 합니까”라고 호통친다. 남자들이 망친 집안 살리기 위해 머리에 광주리 이고 동네 사람들과 싸우는 ‘억척 엄마’라고나 할까? 정치인에겐 넌더리를 내는 반대자가 많아야 신도같은 마니아도 많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대선 후보급 정치인이 나온다.

    강금실이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한 뒤 쓴 자서전에는 이런 야무진 대목이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상황에 굴복 당할 일이 생기더라도 좌절할 것은 없다. 그냥 해나가야지.” 정치는 뭔가 스타일있게, 성깔있게, 그리고 참신하게 해야 감동이 있다. 멋진 금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