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는 1일 당 지도부는 물론 당직자까지 모두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 말미에 '공천'문제를 꺼냈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공천을 일임하면서 손 대표는 공천 문제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 취임 전 당 쇄신을 위해선 새 지도부의 공천개입은 불가피하다는 손 대표 측의 입장과는 상반된 행보다. '공천은 공심위가 알아서 하라'는 게 손 대표 입장인데 이후 '공천'을 둘러싼 당 내부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치재개 신호탄을 쏜 뒤 발 빠른 움직임을 하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그 주변 인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호남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묵언수행'중이던 정 전 장관은 침묵을 깨고 "야당다운 야당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문했는데 손 대표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 아니냐는 해석이 달렸다. 

    '공천 탈락'에 대한 호남 의원들의 위기감은 점차 팽배해져가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호남 물갈이'를 언급하고 수도권 의원들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호남 물갈이'를 강하게 비판했고 31일에도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공천' 문제에서 손을 뗀 손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다시 공천문제를 꺼낸 것은 이런 당내 움직임 때문이다.

    그의 왼쪽에는 김효석 원내대표(전남 담양·곡성·장성)가 오른편에는 박명광 최고위원(정동영계, 비례대표)이 자리했는데 손 대표는 거듭 "박 위원장을 모시면서 약속했듯이 공심위 구성과 활동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손 대표는 "지난번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된 쇄신안에도 공심위 활동에 독립성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객관성을 위해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며 재차 "독립성과 객관성 보장을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원내대표도 발언 말미에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의 회동과 관련해 언급했다. 손 대표와 손발을 맞춰야 할 원내대표가 호남지역 공천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이 자칫 투톱(대표-원내대표)간 충돌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어제 저녁 전남·광주 의원 모임에 대해 언론에서 상당히 촉각을 세우고 있고 마치 호남의원들의 공천 대책모임으로 비쳐지는 게 대단히 안타깝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공천 문제는 이렇게 정리했다. 호남 물갈이는 박재승 위원장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믿고 따르겠다. 공천혁명에 호남 스스로 앞장서고 '박재승 공천특검'에 호남이 제일 먼저 나서 조사를 받자는 것이었고 일체 다른 얘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 측도 일단 공심위 구성을 예의주시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통합신당은 설 연휴 전 공심위 구성을 마무리 하겠다는 방침인데 공심위 구성은 공천을 가늠할 바로미터이며 각 계파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어 어떻게 공심위가 꾸려지느냐에 따라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심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