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 성토장이었다. 노 대통령은 전날 긴급기자회견이라는 것을 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비판하면서 "참여정부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다.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다"며 사실상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에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안상수 "노무현 개편안거부? 헌법요건되느냐"

    이에 대해 먼저 마이크를 잡은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 발언은 국회 자율권과 입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부적절한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안 원내대표는 회견 내용을 지적하며 "여야 대립을 부채질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고, 대통령으로서는 격에 맞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한나라당이 원내 제2당으로 법안 직권상정이나 날치기할 수 없는 상황이고, 여야가 합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협상 진행 전에 대통령이 미리 나서 거부권 행사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회 협박이고, 국회 무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실질적 요건을 헌법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거부권 행사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하게 돼 있다"며 ▲ 형식적 절차나 실질적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되는 경우 ▲ 국익에 현저히 반한다고 여겨질 경우 ▲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 법률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 등을 지적했다. 

    또 안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회견 대부분을 인수위에 질문하는 데 할애했는데 정부조직개편안의 거부요건이 되느냐. 인수위가 마련한 안 중 구체적으로 어떤 법안이 실질적 내용과 절차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는지 밝혀라"며 "작고 효율적 정부가 선진국 추세인데 어떤 점에서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 정부 탄생 잘 하도록 돕는 게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윤리다.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다"며 "정부조직개편은 현 정부와 새 정부의 자존심 대결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정부로 가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고 결국 그 선택은 국정운영 결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지 현직 대통령이 평가할 부분은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절차 중시하는 사람이 이명박특검법 날치기할 땐 뭐했나"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노 대통령의 반대 논리와 대통합민주신당 논리가 일치한다고 지적하면서 "양쪽은 분명히 입을 맞췄다"고 말을 이었다. 이 의장은 "(통합신당이 새 정부) 발목을 잡아서는 총선에서 국민 심판 받을까 두려워 노 대통령에 덮어 쓰고 가자는 전략 아닌가,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고 통폐합 당하는 정부조직 이해관계자들에게 뭔가 어필해 덕을 볼까하는 얄팍한 계산 하에서 정부조직법을 다루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노 대통령과 통합신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의장은 또 노 대통령이 "내용에 문제가 많아 심각한 부작용이 분명히 예상되고 그 절차가 매우 비정상적이며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과 충돌하는 개편안에 서명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절차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서도 "절차 중시하는 사람이 이명박 특검법 날치기할 때 뭐 했느냐. 아주 얼씨구나 좋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전에 4대 악법 처리할 때 어떻게 했느냐"고 일갈했다. 개편안 내용에 대한 비판에도 "내용 얘기하며 참여정부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다음 정부가 할 것인데 무슨 상관이며, 참여정부 가치를 그대로 할 것이면 왜 정권교체를 했는가. 국민이 참여정부 가치가 그대로 가면 나라 망하겠다고 해서 정권교체 했는데 그러는 것은 국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심재철 "자신공적에 자신이 훈장? 자화자찬도 유분수"

    아울러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노 대통령은 물론 부인 권양숙씨에게까지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기로 한 문제도 지적했다. 심 수석은 "무궁화 대훈장은 가장 높은 훈장으로 나라에 엄청난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일을 잘 했으면 국민이 퇴임을 서운해 하며 감사해하며 주지 말라고 해도 최고의 훈장을 줄 것"이라면서 "(대선에서의)530만표 차이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 임기 중에 자신의 공적에 자신이 훈장을 준다는 건 자화자찬도 유분수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