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안영근 의원의 탈당으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내부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가탈당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당 쇄신'을 두고 내홍에 휩싸인 통합신당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당 일각에서는 '분당'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독수리 5형제' 출신의 안 의원이 그간 당의 노선과 달리 움직였고 당내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의 탈당에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선 참패 뒤 현역의원으로는 첫 번째 탈당이라 당은 소속 의원들의 추가탈당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4월 총선을 앞두고 갈라서기 힘들다는 관측이 높지만 '당 쇄신'을 두고 뚜렷한 해법과, 각 계파간 합의점을 못찾는 상황이라 분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안 의원도 탈당 기자회견에서 "(신당 내부에) 탈당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당 쇄신위원회가 내놓은 '쇄신안'은 당내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 지도부는 7일 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를 열어 '쇄신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인데, 쇄신안이 통과된다 해도 당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쇄신안 반발세력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경선을 주장하는 정대철 상임고문의 경우 "99%가 (쇄신안을) 합의해도 무효"라고 했고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까지 불사할 태세다. 정 고문 측과 초선 의원들은 7일 중앙위원회의 표 대결을 대비해 전체 중앙위원의 과반인 250여명의 서명을 확보하며 전면전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고 경선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통합신당이 대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라 하부구조가 취약해 전당대회를 치를 역량이 안된다는 게 쇄신위와 '합의선출'파의 주장이다. 지도부가 구랍 28일 경선을 대비해 전당대회에 참여할 선출직 대의원을 당원 가운데서 무작위로 추출하겠다고 최고위원회를 통해 결정했지만 이 역시 문제점이 많다는 이유로 보완책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쇄신위 간사 김교흥 의원은 "지금 경선을 치르기에는 대의원 구조가 취약해 상당히 어렵다"고 했고 김호진 쇄신위원장도 "하부구조가 취약해 전당대회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도 3일 한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대선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다 보니 전당대회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더구나 정동영 조직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다 보니 지금과 같은 당 구조에서 경선을 할 경우 정동영계가 다시 당권을 쥘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갖고 있다. 친노그룹이 '손학규 추대론'에 반대하면서도 경선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여러 계파가 공존하고, 당장 총선 공천문제가 맞물려 있어 합의점을 찾기도 어렵다.

    그동안에는 대선을 위해 노선이 다르더라도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와 명분이 있었지만 대선 참패 뒤 지지율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각 계파 의원들이 서로를 용인하며 함께 가야할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어 통합신당의 분화는 시간문제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의원들은 각 계파별로 따로 행동하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안 의원도 탈당 기자회견에서 "쇄신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파간 의견조율이 어려워 당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고 남아있는 여력을 소진하기 전에 당의 전면적 해체를 통해 초심에서 다시 시작할 때"라며 통합신당 해체를 요구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교섭단체(20석)만 꾸릴 수 있다면 노선이 같은 의원들끼리 딴 살림을 차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의 386 재선그룹은 4일 오전 비공개 모임을 갖고 친노 그룹 퇴진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친노 그룹도 재단법인 '광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친노 그룹은 최악의 경우 김근태계와 손을 잡고 독자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상황이다. 구랍 28일 발족한 '광장'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매주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광장 발족날에는 김근태계 의원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광장은 해체된 참여정부평가포럼 조직을 중심으로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다. 예비 총선 출마자들도 합류하며 분당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은 '이회창 당' 출연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5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충청 출신 모 의원은 "오늘 지역구를 5~6곳 돌았는데, 모두 이회창 당으로 가라는 얘기를 하더라"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정 고문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심지어는 이회창당과도 같이 하자는 분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분수령은 7일 있을 중앙위원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쇄신안'을 둘러싼 내홍을 최소화 하기위해 쇄신안의 일부 수정을 검토 중인 지도부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