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12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입에선 이런 말이 나올 법 했다. 막판 기대했던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마저 무산되면서 통합신당 내에는 '대선패배' 분위기가 팽배하다. 당 관계자 입에선 "패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통합신당은 매일 공개하던 오전 회의마저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시도한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가 또 무산되고, 저조한 의원들의 회의 참석률 등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달렸다. 11시 30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는 스님 및 불교신도 입당식 및 정동영 후보 지지선언 행사가 계획돼 있었다.

    행사가 열릴 2층 브리핑 룸에는 행사직전 당 사무처 직원들이 플래카드를 걸었는데 플래카드에 쓰인 글귀 중 '불교'란 단어가 '불료'로 잘못 표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행사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발견한 탓에 결국 당 사무처 직원이 A4지를 이용해 잘못 표기된 글자를 부랴부랴 고쳐야 했다. 통합신당은 이날 행사에 스님과 불교신도 2007명이 정 후보 지지선언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참석자는 20여명에 불과했고 취재진도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 속에 행사가 치러졌다.

    오후 1시 30분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BBK 검사 3인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해 소집했는데 45분까지 참석한 의원은 30여명에 불과했다. 김효석 원내대표 마저 52분 회의장에 도착했고 총 참석인원도 50여명에 그쳤다. 의원들의 참석이 늦어지자 사회를 본 강기정 의원은 "지금 대표님이 안 오시니까 영상물을 보고 있도록 하겠다"면서 당에서 준비한 BBK 관련 영상물을 상영했다.

    그러나 영상물 상영마저도 음향에 문제가 생겨 들리지 않았고 의원들은 "소리를 좀…" "소리가 어떻게 된 거야. 다시 하든지…"라며 짜증을 냈다. 영상물에는 통합신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검찰 발표와 이에 대한 송영길 의원의 반박을 담았는데 고장난 음향 탓에 송 의원의 발언은 제대로 들리지 않자 참석한 모 의원은 "외계인이야?"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당 사무처 직원이 영상물 상영을 중단한 뒤 재시도 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결국 참석한 의원들은 5분여동안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영물을 듣고 있어야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런 해프닝도 벌어졌다. 회의를 마치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려는 순간 유인태 의원이 "나도 광고 하나만 할 게"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일어서려던 의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유 의원은 13일 있을 불교·원불교·천주교·기독교 4대종단의 '부패청산과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집회를 언급했다. 유 의원은 "비공개 회의 때 하려고 했는데 비공개 회의가 없어서"라고 말문을 연 뒤 "내일 하는 시국회의 있잖아요. 여러 홍보활동을 하는데 전혀 돈이 없나봐요. 국민 모금운동을 하는 모양인데 우리 의원들이 모금에 동참 해주시면 좋겠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 같아서…"라며 "초선 의원은 50만원, 중진은 100만원씩 내 방에 보내주시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들 입에선 기막히다는 듯 "그런 건…"이란 불만이 나왔고 이를 지켜본 사무처 직원은 "이런 자리에서…"라고 말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자 유 의원은 "선거법에는 걸리지 않는다"면서 의원들의 동참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