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저녁 열린 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합동 토론회는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에 관한 토론회였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향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정책토론회가 아닌 'BBK 토론회'를 연상케 했다. 또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간의 '보수 적자' 논쟁이 이어졌다.

    정 후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부터 이명박 후보를 향해 "부패한 후보, 탈세,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여 있는 후보와 나란히 앉아서 TV토론을 한다는 것이 창피스럽다"고 맹비난을 쏟아내면서 BBK 연루 의혹을 거듭 물고 늘어졌다.

    정 후보는 또 검찰의 BBK 수사발표와 관련 "대한민국 검찰이 이 정부 들어와서 권력기관의 자율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이번에 이를 악용해서 이명박 후보 품에 안겨 버렸다"면서 "김경준 메모, 서툰 한글이었지만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한다. 이명박 이름 석 자 빼주면 징역 3년으로 맞춰주겠다'고 썼다. 경악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명박 후보는 "오늘은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라고 정 후보를 타이른 뒤 "정 후보는 전쟁을 하러 나온 것 같다. 평화주의자 아닌 것 같다"면서 "(검찰을) 누가 임명했느냐. 현 정권이 임명했다. 북조선 검찰이 와서 조사했다면 믿겠느냐"고 비꼬았다.

    토론회 도중, 계속되는 정 후보의 공격에 이명박 후보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는가 하면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또 그는 정 후보의 발언 도중 미소를 지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북문제와 관련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보수적자'논쟁도 벌어졌다.

    이회창 후보는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지도자가 확실한 철학과 원칙을 갖는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이런 소리, 저런 소리 하면 신뢰 받을 수 없다"며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 자리 가서 다르게 이야기하고 저 자리 가서 다르게 얘기하면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는 아니다"며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고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어떤 분은 나를 보고 일관되지 않다고 하는데 인터넷을 보면 어떤지 안다"며 "이회창 후보도 남북문제에 있어 나의 일관된 정책을 잘 검토 안한 것 같다"고 응수했다. 그는 또 "다른 뜻 갖고 출마하려고 변을 짠 것인지 모르지만 나의 대북정책은 일관된 정책"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이회창 후보에 대해 '명분없는 출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편 이날 TV토론회가 진행된 KBS본관 앞에는 토론 시작 2시간 전부터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이 뜨거웠다. 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유세차량과 각종 현수막 등을 동원해 지지 후보를 응원했고 KBS 본관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토론회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