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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4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기호1번 정동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동영이 마이크만 잡으면 막힘없이 좔좔 풀어내는 달변가이긴 해도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권교체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백미(白眉)다. 그말도 맞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보수·우파의 일탈을 노린 기발한 현혹 전술이다. 언어 혼란 전술! 정동영은 지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바꾸며 우향우(右向右)하고 있다. 그가 낚싯대를 드리웠던 진보·좌파 어장에서는 김대중(DJ)·노무현이 얻었던 지지도의 절반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 늘어날 전망도 없고. 저 쪽으로 좌판을 옮겨 또 신장개업을 할 수밖에.
첫째, 박정희에 대한 파격적인 평가가 나온 점이다. “박정희는 가난 퇴치와 산업화를 이룬 성공한 경제지도자.”(11월20일 한국노총 부산지부 간담회) “박정희의 과학기술입국을 정동영이가 과학기술강국의 시대로 이끌어내겠다.”(11월2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토론회) DJ와 노무현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이다. 이미 DJ와 노무현은 정동영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는가. 정동영은 대학시절 유신반대로 감옥에 갔다온 것을 훈장처럼 내세워왔다. 군사독재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방송국에서 15년간 승승장구한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둘째, “한미동맹을 평화와 미래를 지향하는 새로운 동맹으로 발전시키고”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입에 올린 점이다.(11월27일 공식선거운동 연설)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는 “‘자주국가’로 살기 위해 비상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미의 한자도 꺼내지 않았다. 통일부장관 시절 북한은 주적(主敵)이 아니라 민족이라며 북한편을 들었던 사실도 잊고. 셋째, ‘차별없는 성장’을 갈수록 크게 외치고 있다. 분배라는 말은 아예 빼버리고. 넷째, 박근혜의 어록(語錄)을 베껴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을 자기 말처럼 하고 있다. 마치 ‘기호1번 한나라당’ 대선후보처럼.
마침내 ‘좋은 성장’까지 말하더니 2일엔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 시사와 함께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을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만능주의’‘정글자본주의’라고 비난하며 “20%만 잘 살고 80%는 버려지는 사회”라고 둘로 나눈 게 누구인가? 여기에 국군 30만명으로 감축,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모병제·지원예비군제 도입, 2011년 대입시 전면 폐지 등 젊은층이 펄펄뛰며 환호할 포퓰리즘 정책 발표는 잊지 않고. 민도(民度)란? 국민의 기억력을 시험하려는 기교들을 배격하는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