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최대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이회창씨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 12일 이씨의 무소속 출마를 '정도가 아니다'며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30일부터는 본격적인 지원유세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다. 

    정광용 박사모 대표를 비롯한 회원 300여은 27일 이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지지선언과 박사모의 결집된 힘이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며 이 후보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또 이회창 캠프 이혜연 대변인은 28일 "오늘부터 박사모 정광용 회장이 조직 제4팀장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 이후 '후보교체' 농성을 벌이며 법원에 대통령후보 권한정지 신청까지 한 박사모의 이번 결정에 안팎으로 비난이 거세다.

    박사모의 '창'지지, 전체 회원 의사 반영한건지…
    "정광용, 이미 이회창 쪽으로 마음 돌리고 있었다"


    먼저 박사모의 이씨 지지 표명이 전체 회원의 의사를 반영한 것인지의 논란이다. 박사모 회원은 '다음' 카페 회원 4만7500명과 '네이버' 카페 회원 4000명 등을 포함해 총 5만1500여명에 이른다. 정씨는 27일 기자회견 시에 "10월 29일~30일 박사모 전회원 대상 여론조사와 같은달 31일 박사모 전국운영협의회 회의결과, 그리고 최근 23일간 긴박하게 이뤄진 운영진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고, 기자의 질문에도 "지난달 말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78%의 찬성과 전국운영협의회 결의도 거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의 이같은 주장에 박사모 내부에선 반발이 일고 있다.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근혜님이 공식적으로 이회창을 지지했느냐. 우리 대다수 박사모 회원들은 박근혜님이 결정한대로 따라갈 것이다", "무슨 회의를 운영진만 하고 결정을 하느냐. 지지하는 것은 박사모 개개인이 결정하는 것이지 왜 운영진에서 전체 박사모를 '창' 지지하는 것처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올라오는 등 내부에서도 분열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27일 밤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한 정씨는 "이 결정을 하기 전엔 이회창계-이명박계로 나눠져서 매일 게시판이 싸움판이 되다시피 했는데, 이번 결정이 있고나서 오히려 한쪽이 정리됐으니까 그런 분열은 치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사모 광주전남 지부장 채경근씨는 28일 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올리자 마자 바로 삭제되는데 무슨 싸움판이 되느냐"면서 "홈페이지 가서 확인해 보면 알 것"이라며 정씨의 이씨 지지에 강하게 반발했다. 채씨는 회원 여론조사와 관련, "10월 29일, 30일 이틀간 이회창 지지에 대해 찬반 투표를 했는데 카페 내에서 '아직까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조사를 하는 건 박 전 대표의 숭고한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31일 용산역에서 열렸던 전국지부장 회의에서 사이트의 여론조사 공지글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나뿐만 아니라 각 지부장들은 박 전 대표의 대의명분을 따르겠다고 결의했다. 정광용이란 사람은 이미 이회창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사모, 박근혜와 다른 선택은 노골적인 정치세력화" 

    또 박사모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선택과 배치된 행동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박 전 대표가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30일부터 이명박 후보 유세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과는 반대로 이씨 지지를 선언한 것은 박 전 대표에게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팬클럽 이름대로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라도 달려가겠다.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후에 이회창-박근혜 공동정권, 당권 확보 등 박 전 대표의 미래를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는 박사모측의 주장은 그 논리성이 떨어진다.

    박사모의 전 사무총장인 김동주 '월간 박정희' 대표는 2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클럽은 그래선 안된다"며 "이는 노골적인 정치세력화로 어떤 합리화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팬클럽 연합, 박사모 '창'지지에 맹비난
    "이명박 후보로 정권교체 원한다"


    한편,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다른 팬클럽들은 박사모의 이씨 지지결정을 성토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지지자 연합모임인 '근혜가족'은 27일 성명을 통해 "일부 팬클럽이 박 전 대표의 존함을 그대로 사용하며 박 전 대표 의중과는 상관없는 대선 후보 지지를 공식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팬클럽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스스로를 정치결사체로 착각한 나머지 마치 자신들이 정치인이 된 것 같은 오만에 휩싸여 자신들이 지지하고 사랑한다는 박 전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을 꺾으려 하는 불손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음' 팬클럽 '근혜사랑’도 27일 성명에서 "근혜님의 뜻과 상관없이 박사모는 몇 사람의 판단으로 이회창 지지를 천명한 바, 근혜님의 행보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박사모의 이번 행위는 이회창의 무소속 출마보다 더 명분 없고 근혜님의 정치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박사모는 근혜님의 대명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를 중단하고 창사랑의 팬클럽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박사모 광주전남 지부장인 채씨도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사모의 이회창 지지는 전체 의견이 아니다"면서 "이명박 후보로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밝혔다. 채씨와의 이날 통화에서 그는 "우리는 경선승복의 숭고한 뜻과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대의명분을 중시한다"며 다른 지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지부에서는 개인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도우는 자원봉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