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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7일자 오피니언면에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대선 필승의 법칙'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동영은 역시 영악한 전략가다. 대선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손학규 이해찬을 화끈하게 껴안고, 김대중(DJ)을 동교동으로 찾아가 “좋아하시는 알배기 조기를 가져왔다”며 굴비를 내미는 걸 보면. 이명박은 그걸 낯 뜨겁다고 할 것이다. DJ는 정동영 소리가 나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는 추억을 갖고 있다.
정동영은 DJ 정권 임기가 유턴할 시점에서 ‘권노갑 청산’을 외쳐대 DJ 정권을 단군 이래 가장 부패한 게이트 정권으로 만들었다. 식물 대통령 DJ. 이를 잊을 DJ가 아니고, 이를 모를 정동영도 아니다. 하지만 정동영은 굴비를 갖고 찾아갔다. 왜? 현실적으로 ‘살아 있는 전설’ DJ의 지원이 없으면 대선 구도 자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굴욕적이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그걸 참아야 한다. 뭉치면 이기고, 흩어지면 진다. 정동영은 이를 대선 필승의 고전(古典)으로 받아들여 손학규 이해찬도 포용했다.
정동영은 반노(反盧)로 경선에서 이기자 ‘과거불문’, 친노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노무현이 자이툰 파병 연장 카드를 내밀자 슬쩍 물러서며 연장 반대 카드로 좌파·친북·반미의 전통적 지지세력을 흡수하고 있다. 정동영의 이런 구도 짜기 전략, 잡동사니 모으기 전략은 성공하고 있다. 정동영 지지율 첫 20% 돌파! 놀라운 기사회생.
이명박은? ‘이회창 필패 법칙’을 답습하고 있다. 김영삼(YS)의 3당통합, DJ와 김종필(JP)의 DJP연합, 노무현의 후보단일화. 뭉쳐서 구도를 확대하고 전선을 넓혀야 이길 수 있거늘. 이회창은 1997년, 2002년 두번 똑같이 ‘우리끼리’ 세력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자만했다가 발등을 찍었다. 대선은 ‘구도 대 구도’ ‘세력 대 세력’ ‘전선 대 전선’의 싸움. 그래서 50 대 50, 1 대 1 구도가 결국 만들어진다.
박근혜는 “날 지지한 것이 죄인가요”라고 하고 있고, 이회창 대선 3수설도 나온다. 왜 ‘바람’ 피우려 하느냐고? 바람 나지 않도록 포용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 지장(智將)이다. 못 나가게 잡는 것은 전적으로 이명박의 책임이다. 이명박·이회창·박근혜가 함께 손 잡고 전국 유세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폭발적일 것이다. 쉬운 길을 놓고 멀고 험난한 길을 가고 있다. 벌써 배부른가. 이명박의 자만심, 그리고 ‘우리끼리’도 이길 수 있다고 속삭이는 측근들, 그것은 내부의 적이고 독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