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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6일자 사설 <황당한 KAL기 폭파 음모론에 국민세금 쏟아붓더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24일 “KAL 858기 폭파사건의 실체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벌어진 사건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옳은 말도 할 사람이 해야 말이 되는 법이다.
승객 95명과 승무원 20명이 탑승한 KAL 858기는 1987년 11월29일 바그다드를 떠나 방콕을 경유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 폭파됐다. 바레인에서 붙잡힌 범인 중 한 명은 담배에 숨긴 독약으로 자살했고, 김현희만 한국으로 압송됐다. 김현희는 북한 공작원이었고, 이 테러는 88올림픽을 앞두고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일은 2002년 방북한 일본 고이즈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사실을 고백했다. 그때 내놓은 13명의 피랍자 명단에는 김현희가 일본어 선생으로 지목했던 다구치 아에코가 들어 있었다. 과거 일본 기자가 김현희가 살았던 평양 집을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매체와 운동권, 시민단체 등이 국가안전기획부의 자작극, 사전인지·방조 의혹 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상당수는 이번 발표를 한 국정원 과거사 위원들과 생각의 맥(脈)을 함께하던 사람들이다. 당시 정권이 대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KAL기를 폭파해 115명을 죽였다는 것이다. 음모론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KAL기 폭파 음모론은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소설, 정신 나간 사람들의 몽유병(夢遊病)증세와 같은 수준의 얘기였다.
이 어처구니없는 KAL기 폭파 음모론이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증폭되기 시작했다. 공영방송 KBS와 MBC가 큰 몫을 했다. ‘KBS스페셜’과 ‘KBS 열린채널’, MBC ‘PD 수첩’ 등이 이 사건과 관련된 수십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수사과정상의 시시콜콜한 실수나 문제들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해 왜곡하거나 바늘을 몽둥이로 키워 트집 잡는 시비였다.
이런 사건을 국정원 과거사위가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나서본들 뭐가 나오겠는가. 3년 가까이 국민세금을 쏟아 붓고선 결국 ‘사실 무근’이란 뻔한 答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적 낭비를 생각하면 정말 황당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