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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15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민의 가슴을 벌렁벌렁 뛰게 만들 수 있는 감동이 묻어나야 한다. 성공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에겐. 그러나 이명박 지지도 50% 안에는 국민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무엇’이 빠져 있다. 그 ‘무엇’을 보완하는 작업의 성패에 보수·우파 정권의 창출이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지지도는 유지되고, 결국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고 말 것이다? 안락한 전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명박이 대선 후보로 뽑힌 지 2개월이라는 긴긴 시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링 위에 오르기 전 이명박은 최홍만같은 거구 이종격투기 선수였다. 지지도가 두배 세배 차이나는, 게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땡 하고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두들겨맞기 시작해 종료벨이 울릴 때까지 시종일관 난타 당했다. 한 라운드만 더 했으면 KO됐을 것이다. 심판·경기진행요원·관중이 모두 이명박 편이었는데도. 이명박 사람들은 후보가 얻어터지다가 살아내려올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는 것외엔 덜 맞도록하는 꾀도 없었고 거창한 전략도 전술도 보여주지 못했다.
범여권이 지금 죽 쑤고 있지만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되면 제2의 한나라당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패려 할 것이고, 이명박은 맞는 것밖에 다른 대책이 없을 것이다. 경선 과정과 그 후 2개월로 유추해보면. 한나라당 경선 후 금쪽같은 2개월 동안 이명박은 국민에게 감동의 선물을 내놓지 못했다. 왜 이명박인가? 이명박이 집권하면 무엇이 확! 달라질 것인가? 이 지긋지긋한 좌파 무능정권의 잔재들을 어떻게 갈아엎고 새싹들을 심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정권에서는 어떤 쟁쟁한 인물들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인가? 이명박표 국가 개조의 거대한 청사진, 천하의 인재를 모은 국가 인재 풀이 당연히 나왔어야 했다. ‘정책 폭탄’이 수류탄처럼 줄줄이 터지고. 이런 것들로 이명박을 떠올리는 국민이 가슴을 콩닥콩닥 감동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이명박의 집권은 100% 확실하다. 그러나 이명박과 그 사람들은 시대정신과 이를 이끌어 나갈 실력의 부재를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은 자문자답해야 한다. 왜 보수·우파가 날 대표선수로 뽑았을까? 사장을 엉터리로 뽑았다가 부도가 나서 희망을 잃어버린 회사원들이 외부에서 관리형 사장을 모셔올 수밖에 없는 심정. 청계천 복원, 버스중앙차로제 등 찬란한 업적을 믿고. 때문에 대선 후보 이명박에겐 좌파 무능 세력을 일거에 뒤엎을 수 있는 국가 개조 청사진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한나라당을 탈(脫)여의도화해 선거대책위원회부터 기업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천하의 인재군(群)이 나올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명박의 국가 운영 청사진에는 상전벽해의 변화가 빠져 있고, 이명박 사람들은 가신과 경선 투사(鬪士)들에다가 일반 국민은 듣도보도 못하고, 직역(職域)의 대표성도 부족한 자칭 명망가·처세주의자들을 모아놓았다. 여기에 한나라당을 차떼기, 수구 무능정권으로 만들었던 앙시앵 레짐의 주역들도 스멀스멀 복귀시켰다. 이게 무슨 기업형인가, 올드 라이트의 총집합이지.
지도자 참모진의 수준이 국민의 눈높이보다 월등하게 탁월해보이지 않으면 경멸받게 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멸시·조롱·개그의 화두로 올려지게 된 것은 형편없이 수준 낮은 인사에서 출발했다. 왜 이명박의 국가 정책이 ‘이명박 열풍’을 만들지 못하고, 인재군이 국민으로부터 픽픽 실소를 불러일으키고 있을까? 현직 대통령보다 막강한 ‘살아 있는 권력’으로서, 사유(思惟) 체계가 벌써 자만해지고 오만해진 결과는 아닐까? 이명박의 끝이 없는 말 실수 시리즈 하나 막지 못하는 걸 보면. ‘황제병(病)’을 경계해야 한다. 이명박이 스스로를 황제로 생각하고 주변도 황제로 만들어간다면 국민 감동의 역작이 나올 수 없다. 국민의 수준이 우습게 보이기 때문에. 국민 감동의 대선을 만들지 못하면 이명박 대세는 허세가 될 수도 있다. 대세를 지켜내는 방도는 국가 개조 청사진과 대한민국을 압도적으로 대표하는 인물군으로 국민 감동의 열풍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