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여야 정치권은 10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교육 공약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는 전날 “대학 입시를 자율화하고 다양한 고등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 정부의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일부를 재검토하겠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몇몇 대학이 학생들을 등수대로 줄 세워 뽑기 편하도록 교육 정책이 좌우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도 잇따라 이 후보 공약 비판 대열을 형성했다. ‘교육 자율화’ 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교육은 사람을 인재로 키워내는 일이다. 나라를 설계하고 외국과 경쟁해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모두 그 나라 국민의 질에 달렸다. 결국 나라의 장래는 교육이 결정한다. 한 나라가 어떤 교육제도를 갖고 있고 그걸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그 나라 그 국민의 운명이란 말과 같다.

    그러나 이 정권은 5년 내내 ‘평준화’와 ‘3불’의 덫을 놓아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싶은 보통 국민들을 억누르기에 바빴다. 그 결과 조기유학생 3만명 등 해외유학·연수생이 20만명을 넘었고,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었다. 상류층들이 이 돈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뿐인 월급쟁이들이 기러기아빠의 고통을 참아내며 ‘자녀의 내일’을 위해 ‘자신의 오늘’을 희생하면서 이 돈을 내놓고 있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교육 이산가족 가운데 때론 가정 파탄의 소식이, 때론 자취생 가장의 병고(病苦)와 타계(他界) 소식도 들려온다.

    사실대로 말하면 대통령도 아들을 미국에 보냈고 여권 유력 후보도 자녀를 미국에 보내놓고 있다. 그들이라고 자녀의 앞날을 생각하는 데 무심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 자식에게 이 나라 이 교육만으론 안 되겠다는 데는 그들도 국민과 생각이 같은 셈이다. 남의 자식의 교육이라고 해서 평등 운운하는 위선을 떨고 있을 뿐이다. 교육이 대선의 제1의제가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늘로 17대 대선까지는 69일 남았다. 정상적인 선거라면 정당들이 후보를 모두 확정해 치열한 공약 대결을 펼치고 있을 때다. 그러나 지금 여권은 공약은커녕 아직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여권에게 공약이 있다면 야당이 제시하는 공약을 반대하는, 공약 아닌 공약밖에 없다.

    사흘 후에 누가 여권 후보가 되든 이번 대선만은 교육 정책을 놓고 여야가 머리 터지는 논쟁을 벌여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 정권의 이런 교육 정책이 계속된다면 세계 경쟁 속에서 버티고 견뎌내야 할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또다시 중국 사장, 일본 사장 아래서 눈물에 밥을 말아먹는 종업원 신세가 되는 날이 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