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레이스 도중 이탈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복귀 뒤 열린 27일 첫 토론회는 상대후보 '흠집내기' 즉 '네거티브'로 도배됐다.

    돌아온 손 전 지사는 작정한 듯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공격했고 이번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29일 광주·전남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만난 정동영 이해찬 후보 역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상대후보에게 막말을 퍼부으며 비난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광주 합동연설회 전 광주MBC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후보들간 네거티브성 공방이 정점에 달했다. 포문은 손 전 지사가 열었다. 손 전 지사는 자유토론 초반부터 맹공을 쏟았다. 먼저 이 전 총리에게 총구를 겨눴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는 참여정부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하면서 여러 수치를 제시한다. 수출도 늘었고 코스닥도 늘었다면서 여러 수치를 제시한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국정수행을 잘못했다는 국민들의 평가는 70% 가까이 된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를 계승하겠다는 것은 참여정부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인 오만과 독선을 이 후보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것이냐"

    이해찬 "손 후보님 이렇게 오랜만에 나갔다 돌아와 변한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구만요. 손 후보 말하는 것 보면 한나라당 말과 참 차이가 없다. 발전을 하려면 우리 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어떤지, 지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화를 좀 하고 일체감을 갖고 가면 좋은데 자꾸 겉도는 말씀을 하니까…"

    이때 손 전 지사는 이 전 총리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손 전 지사의 '정체성'을 트집잡는 이 전 총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을 꺼내 곧바로 역공을 펼쳤다.

    손학규 "그런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죠. 그때 이해찬 후보가 총리였다. 이 후보는 국회 답변이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대연정 제안을 설득하고 다녔다. 아직도 (노 대통령의) 대연정 주장이 옳다고 보나"

    이해찬 "당시 한나라당이 정권을 흔들 때다. 한나라당이 나라는 어떻게 되든 정권만 흔들면 된다는 몰지각한 행동을 할 때다. 그때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나라를 이끌 수 없다. 차라리 내가 정치적으로 양보해서라도 나라를 안정시키는 게 좋겠다 해서 제안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행위에 대해 손 후보는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당에 14년이나 몸을 담았다는 것이…"

    손 전 지사는 다시 이 전 총리의 말을 잘랐다.

    손학규 "네. 그 정도로 하세요. 나는 대연정을 질문한 겁니다."
    이해찬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손학규 "주도권 잡고 하세요."

    손 전 지사는 곧바로 정 전 장관을 겨눴다. 자신의 경선 이탈 제공자인 정 전 장관에게 손 전 지사는 앙금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사용한 단어 역시 상대방의 귀에 거슬릴 수 있는 것만 골랐다.

    손학규 "정동영 후보가 여러 번 사과를 했지만 정 후보는 민주세력을 분열시킨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고 참여정부의 주역이었다. 사실상 지난 총선에서 공천권을 거의 행사하고 2인자 행세를 하고 지금 와서 노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 참여정부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과연 그런 자세가 떳떳한 것인지… 여러 번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계승하겠다 했는데 무슨 잘못을 말하는지 분명치 않다. 민주세력 분열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동영 "오늘 손 후보 독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럽다. 사실 관계를 바로잡으면 당 의장하면서 공천권 행사하면서 2인자 행세를 했다고 하는데…"

    손학규 "알겠습니다. (공천권 행사하고 2인자 행세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니까요."
    정동영 "노 대통령과 차별화 한다 하는데 노 대통령 만드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 정동영이다."
    손학규 "그 정도 하시고… 내가 마무리 발언하겠다. 아직까지도 정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가 무엇인지 분명히 말 안한다."

    정 전 장관이 "지금 얘기를…"이라며 발언하려하자 손 전 지사는 "먼저 말씀하셨어야죠."라며 말을 잘랐다.

    정 전 장관과 이 전 총리간의 공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난 부산 토론회에서 막말에 가까운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두 사람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당시 발언을 끄집어내며 쌓인 앙금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포문은 정 전 장관이 열었다.

    정동영 "당 경선에서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는) 부산 토론회 때 좀 심했다. (김한길 의원계) 14명 의원들이 정동영 지지선언을 했는데 그 분들에 대해 달새다 이런 말을 했다. 그 분들 얼마나 기분 나빴겠냐?"

    이해찬 "내가 표현한 게 아니고 인터넷에 떠 있다. 정치하면서 금도를 지켜야 한다. 열린우리당에 있다 나와서 당을 만들고 국고보조금을 받아가고 민주당에 들어가 있다가 또 그 분들만 나와서 신당에 합류하고 거기서 최고위원 차지하고 그것으로 부족해 당직 얘기하고 언론에서는 당권 거래가 있었다는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된다."

    정동영 "당권거래설은 허위사실 유포다."

    정 전 장관에 이어 자유토론의 주도권을 쥔 이 전 총리는 앞선 정 전 장관의 공격에 불쾌한 듯 공세를 정 전 장관에 집중했다. "의원이 나쁜 짓 하면 꾸짖기도 해야 하는데…"라고 말문을 연 이 전 총리는 다음과 같이 정 전 장관을 공격했다.

    이해찬 "지금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정 후보가 2002년 경선할 때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현(김대중) 정권이 지역편중 인사를 했다. 호남 편중 인사가 민심 이반의 핵심적 이유였다'고 말한 것을 봤다. 그 말 듣고 정말 참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자기 대선을 이용해… 지금 와서 열린우리당은 실패했고 노 대통령과는 결별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정치를 20년을 해왔는데 (정 전 장관은) 진짜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후보는 (열린당) 창당 주역으로, 당 의장 두 번 한 사람으로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이 전 총리의 강도높은 공격에 다소 당황한 정 전 장관은 매 토론회 때 마다 언급했던 이 전 총리와의 친분을 다시 꺼내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이 전 총리에게 다음과 같은 핀잔을 들어야 했다.

    정동영 "이해찬 후보와는 대학 1학년 캠퍼스에서…"
    이해찬 "친구 얘기 좀 그만하십시오. 공적인 자리에서…"

    그러자 정 전 장관도 발끈했다.

    정동영 "지방선거 끝나면 대통합 작업을 하겠다는 발언이 어떻게 해서 (지방선거) 포기를 한 것으로 왜곡하느냐. '호남 편중 인사가 민심 이반의 핵심적 이유였다'는 발언도 거두절미 한 것이다. 호남 편중에 가슴 아파 한 것은 이해찬이 아니라 정동영이다. 희한한 자료를 찾아와서…"

    이해찬 "희한한 자료가 아니다. 읽어드릴까요? (정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신의를 버린 행동을 해 아직도 신의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 지역에 돌아다니면 많이 듣는다."

    정동영 "2002년을 다시 보십시오. 김대중 정권 어려울 때 누구도 일어나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 없었다. 아부하기 바빴고 예스맨만 있었다. 그런 것은 조폭사회 의리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정치지도자는 국민과의 의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