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돌연 잠적한 뒤 이틀만인 21일 경선에 복귀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자신을 돕는 의원들과도 아무런 상의없이 선대본부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측근 의원들은 손 전 지사의 이런 폭탄발언에 어리둥절했지만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손 전 지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캠프 내부의 반응이다.  

    일종의 '손학규식 차별화'라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를 통해 바람이 불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손 전 지사의 파격변신이 경선판세를 뒤흔들 만큼 파괴력을 갖고 있을지를 두고는 부정적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경선이 조직동원 선거로 흐르는 불리한 상황에 일정부분 제동을 걸고, '당권거래설'을 주장해 정 전 장관을 구태 정치인으로 몰며 '반정동영 정서'를 만든 소득은 얻었다는 평을 받지만 '불리하면 뛰쳐나간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인간 손학규'에 대한 신뢰도는 급락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때문에 '정동영 독주'는 막았지만 '손학규 바람'도 불기 힘든 상황이란 전망이 높다. 오히려 정치권의 관심은 '손학규의 경선완주 여부'에 쏠려있다. '신정아 스캔들'과 '정윤재 게이트'에 집중된 여론의 이목, 조직동원 선거로 흐를 수밖에 없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경선구조 속에서 맨손으로 뛰는 손 전 지사 도박이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손 전 지사의 경선완주 의사에도 불구하고 '중도하차설'이 탄력을 받고있다.

    부산을 방문 중인 손 전 지사는 22일에도 "끝까지 뛰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중도하차설에 일축했다. 그러나 스스로 "막막하다"고 고백한 것처럼 현 경선 상황은 녹록치 않다. 손 전 지사의 경선완주 여부는 추석 연휴 직후인 29일 치러지는 광주·전남 경선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내에선 "텃밭인 호남의 선택이 앞으로 있을 경선흐름을 좌우할 것"이라 말한다.

    후보 모두 광주·전남 경선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세 후보 측 모두 정 전 장관의 우세를 꼽고 있다. 손 전 지사 측도 "광주·전남은 정 전 장관의 세가 강하다"며 열세를 인정한다. 손 전 지사 측이 일부 조직을 가동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것은 바람이다. 더구나 이 전 총리 측 역시 만만치 않은 세를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3위 추락 가능성'에도 힘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총리 측은 "광주·전남 선거에서 1위에 근소한 2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후 경선은 손 전 지사에게 더 불리하다는 평이다. 광주·전남 경선 직후 치러지는 부산·경남 선거의 경우 이 전 총리의 압도적 1위를 점치고 있다. 총선거인단 20만 8000명 중 절반 이상을 이 전 총리가 확보한 상황이라고 한다. 정 전 장관도 21일 부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조직동원 선거'를 비판하는 이 전 총리에게 "부산에서 제일 많은 선거인단을 등록한 사람이 이해찬 후보다. 10만 명 정도 했다는데 그 분들이 다 본인이 접수한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때문에 손 전 지사가 광주·전남에서 선전하지 못할 경우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이 경우 손 전 지사 스스로 경선완주를 강행한다 해도 결속력 낮은 지지세력의 이탈로 인한 '중도하차'압박에 봉착할 것이란 시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