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9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원칙9단' 조순형의 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 이름 너무 거창해 잘 외어지지도 않는 대통합민주신당 ― 김대중(DJ) 총감독, 노무현 제작 지원의 블록버스터로 보이기에 흥행 대박을 터뜨릴까봐 가슴을 조마조마 졸이던 보수·우파 유권자들은 한 숨 놓아도 좋을 것 같다. ‘국민선거인단’으로 전체 유권자 3700백만명 중 정당 경선사상 최대 규모인 200만명을 모집했다는 홍보가 ‘허위광고’로 낱낱이 밝혀지면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극(劇)은 극장에서 간판을 올리자마자 내려야 할 운명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네 곳에서 치러진 첫 전국 순회 경선에는 유령 선거인단 중에서도 일당 받고 관광버스나 차편을 제공받은 듯한 ‘차떼기 유권자’들만 입장했다. 투표율 18.81%, 정당 경선사상 최저 투표율이다. 정당정치의 기본조차 무너뜨리고 있는 정치 흥행사들의 집단에 누가 손 봐줄 사람 없는가 했더니, 바로 그들의 손으로 모은 유령 선거인단에 의해 징벌을 받고 있다. 이런 대통합민주신당은 다음달 15일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중 누가 대선 후보로 뽑히든 또다시 무너질 위기에 빠질 것이다. 왜?

    경선의 극적 효과가 미풍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별별 희한한 쇼를 해도 최종 대선 후보는 지지도 10%대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9단 DJ와 역발상의 달인 노무현이 구상한 필생의 작품도 결국 실패로 끝날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저조가 깊어갈 것이다. 이런 정체 기간이 보름만 지속되면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제 살길 찾느라 또다시 뛰어내리는 아비규환의 난감한 상황으로 몰려간다. 불과 2개월 전, 열린우리당이 위장폐업하기 전 잔류했던 오리지널 친노(親盧)세력만이 당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그러면 어디로 뛰쳐나갈까? DJ와 노무현의 약발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선거판이 되었음을 실감하면서 비(非)DJ 반노(反盧)의 거센 역풍이 불게 되어 있다.

    바로 민주당이 도주파들의 은신처가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들을 당겨도 썰물처럼 빨려들어갈 것이지만. 이같은 대혼란의 과정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대선 후보간 단일화 문제가 급부상하게 되고, 그 결과 민주당 '조순형'으로의 단일화가 번개처럼 이뤄진다면 2007년 한국의 대선판도가 일거에 뒤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 논리적 근거는 도대체? 조순형은 대통합민주신당이 갖고 있지 않은 모든 걸 갖추고 있지 않은가. 지하실 전세 단칸방에 경선 캠프를 차리는 청렴성과 도덕성, 세상의 원칙을 끝까지 고집할 줄 아는 지조와 절개, 무엇보다 인간과 나라의 ‘품격(品格)’을 말할 자격이 있는 절제의 미(美). '원칙9단'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에게 청렴한 도덕성, 원칙, 지조·절개, 품격 외에 더 요구할 것이 뭐가 남았는가. 조순형은 민주당에 몸을 싣고 있지만 좌파 무능 세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한나라당 지지세력도 알고 있다. DJ와 노무현의 ‘공동 비호감 후보’라는 점이 돌아선 민심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당연히 급부상하는 조순형은 한나라당에 복병이 된다. 이명박을 겨냥한 한반도 평화공세와 도덕성 공세도 먹혀들지 모른다.

    ‘조순형 후보’가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쓰레통 속에 집어넣어 유린하고 있는 속물·사이비 좌파 세력을 혼내주고, 정리할 수 있는 검투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도덕하고 부패하고 혼란스러운 범여권을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원칙에 따라 대청소·대정화 작업을 벌일 글래디에이터(gladiator)가 나타나야만 이 나라 정치가 바로세워질 수 있다.

    조순형에 대한 국민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정치 자금 모으지 못해 점심에 한끼 3500원짜리 함바 집에서 식사하고 저녁엔 집에가서 식사하는 생활 자세, 국회의원 6선 내내 줄 안서고 폭탄주 마시며 패거리 만들지 않고 국회 도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열광해야 할 덕목이지, 왜 좀스럽다 하고 정치력 부재라 하는가. 그런 ‘원칙9단’의 정치인이 여야 통틀어 20명만 있어도 정치가 이렇지는 않다. 비(非)한나라당권(圈)에서 제발 품격이라도 있는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래서 대선의 품격, 나라의 품격이 높아졌으면.